"트럼프는 더이상 미국 역사의 일탈이 아니라 정상"-NYT[트럼프 시대]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분노 대변해 당선"
"부패한 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 드러난 국면"
"스트롱맨에 과도한 권력 부여한 미 민주주의 약점 노출"
"루즈벨트·레이건처럼 12년 동안 정치 중심에 설 것"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s는 트럼프가 더이상 미국 역사에서 일탈적 존재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2024.11.0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두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각) 그가 역사적 일탈이 아닌 미국의 이미지를 바꾸는 변혁 세력임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마지막 유세 연설에서 트럼프가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 예외라면서 “우리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인들 과반수는 다르지 않음이 밝혀졌다.
트럼프가 비정상이며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경합주 전체를 휩쓴 붉은 물결(공화당 물결)에 쓸려 나갔으며 미 양당 정치 엘리트들이 키워온 미국에 대한 인식도 함께 쓸려 나갔다.
자신의 생각대로 미국을 바꿀 수 있는 변혁적 인물로 부상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국가 진로에 대한 포퓰리즘적 환멸과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깊은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남성호르몬 과시 유세가 첫 여성대통령 출현을 막았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미국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인구 구성 면에서 잘못된 길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을 자극했다.
이에 호응한 유권자들이 야단스러운 78살 노인이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관습을 무너트리고 급진적 행동을 하도록 승인했다. 자신들이 선택한 지도자의 모든 의혹이 묵살됐다.
결국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대통령이 됐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헌법 중단을 요구했으며 취임 첫날 독재를 하겠다면서 정적들에게 가차 없는 “보복”을 장담한 사람에게 미국인들이 다시 권력을 쥐어줬다.
전 세계가 "우리가 아닌 미국"이라 말할 것
미국이 해외 전쟁에 시달리고 과도한 이민과 “깨인(woke)” 정치적 올바름으로 지쳐있음을 미 정계가 모르고 있다는 주장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증명된 셈이다.
버지니아대 카시 민주주의연구소 멜로디 반스 집행이사는 “트럼프는 오래도록 문화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그들을 미국의 중심에 자리매김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서 당선했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인종, 성, 종교, 출신 국가, 성전환 등과 관련된 트럼프의 노골적이며 분노에 찬 공격에 등을 돌리기보다 오히려 지지했다. 뻔뻔한 거짓말,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동조했다. 여러 법정에서 사기, 협잡, 성희롱, 명예훼손으로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로 트럼프 비판자인 피터 웨너는 “이번 선거는 미국인들에 대한 CT 촬영이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패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이라며 “트럼프는 더 이상 일탈이 아니라 정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 4년 온갖 법적, 정치적 난관을 이겨내고 복귀하는데 성공한 사실은 그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했던 일이며 그의 놀라운 끈기와 저항력을 보여준다. 그는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으며 최소한 이번에는 패배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에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실패가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고물가, 불법 이민에 대한 대처가 늦으면서 대규모 팬데믹 구호, 사회보장 확대, 기후 변화 정책이 외면당했다.
바이든과 해리스 분노를 자극하는 트럼프 문화전쟁 인식 못해
해리스는 바이든으로부터 후보직을 어어 받은 뒤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미래의 사명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원들을 결속시켰지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엔 미흡했다.
이후 해리스는 트럼프가 위험한 파시즘적 인물이라는 바이든의 경고를 따랐으나 이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
반트럼프 입장의 전 공화당 하원의원 카를로스 쿠르벨로는 “바이든과 해리스를 후보로 선출해 나라를 단결시키려던 세력이 실패했다”며 “이들의 실패가 정치에 대한 환멸을 키워 트럼프가 복귀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마지막 유세 연설에서도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함께”라는 화합의 메시지는 트럼프의 “투쟁, 투쟁, 투쟁”이라는 전투적 메시지에 역부족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 분열이 심해지고 중간이 사라졌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부족 시대(tribal era)가 됐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유리됐다.
248년 미국 민주주의 취약성 노출
헌법을 중시해온 미국의 대중이 스트롱맨을 갈구하며 과도한 권력을 기꺼이 부여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전쟁과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트럼프가 미국이 겪는 고통이 바로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스트롱맨: 무솔리니부터 현대까지”라는 책의 저자 루스 벤-기아트는 “트럼프가 선거 내내 미국 민주주의가 실패했다는 주장으로 미국인들을 세뇌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같은 독재자를 찬양함으로써 “트럼프가 미국인들이 권위주의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적을 “해충”으로 규정하고 “내부의 적”을 강조하며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혈통을 오염시킨다”고 비난하는 등 나치와 소련의 언어를 사용한 트럼프가 군대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할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에게 당선은 정치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미국의 비전이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트럼프의 위협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편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마르크 쇼트는 자신과 펜스 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보복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4년 동안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가 초래하는 인적, 정책적 부메랑으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하루하루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여성 대통령 뽑을 준비 안돼"
남성을 집중 공략한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헐크 호건이 셔츠를 찢게 하고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마지막 유세에서 마초 발언을 했으며 유세 막판에는 마이크로 구강성교 흉내를 내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선거 당일에도 스티븐 밀러 보좌관이 소셜미디어에 “투표하지 않은 남자를 보면 투표하게 하라”고 썼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지지자 다수가 여성이며 트럼프 지지자 과반수가 남성이다. 그러나 임신중절 권리 이슈는 여성들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이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을 방해한 폭동은 지금까지 트럼프가 벌인 민주주의에 대한 무도한 공격으로 여겨져 왔으나 트럼프는 애국적 행동이라며 사면할 것임을 공약했다.
나프탈리 교수는 “여러 면에서 이번 선거로 1월6일 폭동 드라마의 막이 내렸다. 많은 공화당원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지지 기반을 훼손하거나 트럼프를 폐기하지 않고 버텨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고 그들이 다시 집권했다. 도박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권력을 장악하면 현대 미국 역사에서 1월6일 사건은 미국 체제가 부패를 막을 없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과 언론에서 반역자 색출하는 전쟁 나설 듯
트럼프는 지난 번 임기 때는 가지지 못했던 경험과 정당성을 확보한 채 공격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정책에 대해선 배운 것이 거의 없지만 권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배웠다. 잘 선정된 보좌관들과 훨씬 더 고분고분해진 상하 양원을 활용해 거침없이 행동할 것이다.
트럼프 시대는 공백기가 아니다. 그가 임기를 끝내는 시점이면 프랭클린 루즈벨트나 로널드 레이건처럼 12년 동안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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