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아끼는 詩 53편…'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늙은 시인이 되어 배반과 쓰라림을 경험한 뒤에 다시 시를 읽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진심을 담은 시선집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가 출간됐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명시 소개 칼럼 ‘최영미의 어떤 시’ 중 특별히 아끼는 시 53편을 선별해 엮었다.
시선집에 실린 시들은 공간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고, 시간상으로는 수천 년을 넘나든다. 최영미 시인의 폭넓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각 시에는 시인의 감상과 해설을 더했다. 시에 얽힌 에피소드와 시인의 생애, 시의 형식에 대한 설명을 더해 독자들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실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모네는 나이가 들어 백내장을 앓게 된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수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모네의 예술가적 고집은 “지금은 그때처럼 정의에 민감하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시를 통해 세상과 열렬히 소통하려는 최영미 시인의 노력과 닮아 있다. 또한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모네의 그림은 마치 흐릿한 기억 속 아릿한 지난날의 풍경처럼 다가와 시 읽기에 풍미를 더한다.
"세속의 먼지를 흡입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인이 더 위대해 보이는 오후, 늙은 시인이 되어 배반과 쓰라림을 경험한 뒤에 다시 시를 읽습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별 기대 없이 시집을 넘기다 별안간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서늘해지며, 바깥세상들이 내 시야에서 지워지고 시간이 멈추는 기적. 위대한 자연을 보면 우리의 근심 걱정이 사라지듯이, 좋은 시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인생의 슬픔을 잠시 내려두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시인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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