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軍 헬기조종사 '난청' 국가유공자 거절…법원 "위법"
20여년 전투헬기 조종 후 난청 얻은 조종사
보훈당국 "직무수행·교육훈련과 관련 없어"
法 "헬기소음 난청 원인…보훈청 거절 위법"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육군 32사단 기동대원들이 25일 세종시 32사단 남세종동원훈련장에서 열린 민·관·군·경·소방 통합 방위훈련에서 테러범 진압을 위해 헬기레펠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4.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20여년간 육군에서 전투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난청 진단을 받은 자의 국가유공자 신청을 거절한 보훈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90년 육군에 입대해 헬기조종사로 근무한 A씨는 2010년 5월 병원에서 처음으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은 뒤 이듬해 정년으로 퇴역했다.
2021년 3월 실시한 순음청력 검사 결과 A씨의 청력역치는 우측 65dB, 좌측 56dB로 나타났다. 순음청력역치는 평균 25dB 이하가 정상청력에 해당한다.
A씨는 2022년 1월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된 후 같은 해 12월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당국은 이듬해 6월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훈당국은 "이 사건 상이가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사건 상이는 임무수행을 위한 헬기 조종 과정에서 노출된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며 보훈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헬기 조종 중 노출된 소음이 난청의 주된 원인이며, 헬기 조종은 국가의 수호 등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A씨의 손을 들어 줬다.
그의 비행 경력증명서 따르면 총 비행시간은 5764.6시간, 착륙횟수는 1만2460회인데, 그중 전투용 헬기인 500MD 기종의 비행시간 및 착륙횟수(4319.5시간·1만942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500MD는 무장을 탑재하고 전투·작전·훈련을 수행하는 헬기이며, 비행기록표에도 ‘정비’, ‘작전’, ‘교육훈련’ 등이 기재돼 있다. 이에 따라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이 정하는 공상군경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병하는데, 항공기 소음 조사 결과 500MD 기종은 조종석서 노출되는 소음은 평균 101.4dB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했다는 것은 이 사건 상이가 A씨의 군복무로 인해 발병했거나 자연경과적 이상으로 악화되는 등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다"며 "군복무가 아닌 A씨의 기왕증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보훈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상이는 A씨가 헬기를 조종하던 중 노출된 소음을 지배적인 원인으로 해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라며 "헬기를 조종하는 것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A씨는 공상군경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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