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탄핵정국 속 다가오는 '트럼프 스톰'…한국 기업 "우리만 인질로 잡혀"
FT, 트럼프와 협상할 '컨트롤 타워 부재' 상황 조명
韓 기업인들 "우리 이익 대변해줄 정부 인사 없어"
[서배너=AP/뉴시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월24일(현지시각) 유세 과정에서 조지아주 서배너의 조니 머서 극장 시민 센터에서 세법과 제조업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2024.09.25.
FT는 24일(현지시각) '인질 상황: 트럼프 관세에 맞서 싸우는 한국은 마비 상태'라는 제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우방국·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트럼프발(發) 관세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우방으로 자리 잡았으나, 대미 무역흑자 규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럼프 스톰'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탄핵 정국 속에서 트럼프 2기에 대응할 정책적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FT는 분석했다.
FT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로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정치적 공백으로 인해 관세와 보조금 삭감에 취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투자 로비 활동을 벌였던 복수의 한국 기업인은 "최근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활동은 방향타(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를 잃었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마비되고 부재'한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한 대기업 대표는 FT에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한국의 이익을 대변할 정부 인사가 없다"며 "지금은 투자를 안 할 수도 없고, 우리는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 처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주요 경제단체 임원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에 얼마를 투자했든 그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 임원은 "우리는 한국이 가장 큰 대미 투자자이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사실을 강조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어필하려고 노력했으나, 트럼프에게는 상관없다고 들었다"며 "그는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때 그들이 한 일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한국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39개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배터리 업계 임원은 "한국 정부 관리들조차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있는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취소 및 주한미군 철수로 겁박한 전례를 겪으며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에 따라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한국은 공황에 가까운 불안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 전 본부장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두려움이 "과장된 것"이라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흥에 기여하고 있음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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