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소각‘, 처벌은 미미…"경각심 높여야"
의성·산청·울주 등 산불 원인 '실화' 추정
지난 10년간 산불 원인 실화 223건(41%)·소각 128건(24%)
산불 실화, 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실제 처벌 미미

지난해 경기 양평군에서 적발된 불법 소각 현장. (사진=한강유역환경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오정우 기자 = 최근 10년 간 발생한 산불 총 546건 중 223건(41%)이 실화(失火)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화 유형 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담뱃불 실화 35건(7%), 성묘객 실화 17건(3%) 순이었다.
최근 전국 곳곳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의 원인은 실화(失火)와 소각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요 원인도 대다수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부주의에 의한 산불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한 '산불 사태' 가운데 의성 산불은 성묘객 실수, 경남 산청군은 예초기 불씨, 울주는 용접 작업 불씨, 옥천은 쓰레기 소각, 김제는 성묘객 실수 등 모두 '실화'로 잠정 파악됐다.
경북지역 5개 시·군을 휩쓸고 있는 의성 산불의 최초 발화는 지난 22일 성묘객에 의한 실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일 오후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A씨가 예초기로 잡초 제거 작업 중 불씨가 튄 게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 발생한 산불도 인근 농막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했다. 이밖에 충북 옥천·영동 화재는 쓰레기 소각, 김제는 성묘객 실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처럼 국내 산불은 대부분 개인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4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2015~2024년) 동안 산불의 주된 원인은 실화와 소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산불은 총 546번 발생했는데, 입산자 실화는 171건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담뱃불 실화 35건(7%) ▲성묘객 실화 17건(3%)이 발생해 실화는 전체 산불 중 약 41%에 달했다.
소각에 의한 산불도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은 60건(11%)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불 중 24% 정도가 산에서 소각하던 중 불똥이 번져 산불로 이어진 경우인 셈이다.
산불 실화자에 3년 이하 징역…CCTV 등 증거 남지 않아 실제 처벌 어려워
문제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뉴시스가 최근 3년 내 선고된 산불 실화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들은 대부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데 그쳤다.
지난 2023년 3월 경남 하동의 한 산지에서 버섯재배용 나무 근처에 불씨가 남은 재를 뿌려 133㏊에 달하는 산림·토지와 건물 5동을 태운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해당 사건 심리를 맡은 창원지법 진주지원 강미희 부장판사는 "실화로 산림 및 타인의 건물 등에 화재가 번져 공공의 위험이 발생해 진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고 재산상 피해규모가 상당할뿐더러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라고 지적했으나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 고성 산불 당시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전력 소속 전·현직 직원 7명은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017년 강릉 옥계 산불의 경우 담뱃불 실화로 산불 낸 주민 2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산불 과실 현장은 폐쇄회로(CC)TV도 잘 없고 증거가 없어 검거가 쉽지 않은 데다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라며 "이번 산불의 경우 워낙 피해가 크기 때문에 처벌이 강화될 수는 있지만, 감시용 CCTV와 소방요원의 보충 등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산청 산불 발생 8일째를 맞은 28일 오전 산불진화헬기가 삼장면 대포리 일원에서 진화작업을 펼리고 있다. 2025.03.27.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20750780_web.jpg?rnd=20250328104807)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산청 산불 발생 8일째를 맞은 28일 오전 산불진화헬기가 삼장면 대포리 일원에서 진화작업을 펼리고 있다. 2025.03.27. con@newsis.com
농촌 무분별한 쓰레기 소각, 단속 한계…전문가 "처벌 강화·경각심 고취 위한 전국민 교육 강화 필요"
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예방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산불의 주요 원인인 불법 소각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산불 주원인인 실화·불법소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국민 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연구위원은 "산림보호법상 실화보다 형법상 방화나 실화는 처벌이 더 센 편"이라며 "형평을 맞춰 법 개정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과서에 산불 관련 내용을 적거나 방송으로 인식을 제고하는 등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처벌 강화만으로 국민 안전 의식 고취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안전 불감증보다는 '내가 이거 좀 태운다고 해서 산불이 나나'라는 안전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국민 교육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 지자체에서 산불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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