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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내 아내 선거운동 좀 돕게 해주세요"

등록 2020.03.0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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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면 접촉 선거 운동 중지, 정치신인 '직격탄'

"할 수 있는 선거 운동 없어 무력화된 상황…개선책 필요"

특수 상황서 비대면 선거운동 허용 범위 늘려달라 목소리

선거 조기 과열 및 정치·경제적 형평성 우려로 '신중론'도

중앙선관위 "법률로 정해져 있는 사안…입법적 논의 필요"


[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4·15 총선 대구 동구 갑 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박성민 예비후보는 지난 24일부터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비대면 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 박성민 예비후보 사무실 제공) 2020.02.27.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4·15 총선 대구 동구 갑 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박성민 예비후보는 지난 24일부터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비대면 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 박성민 예비후보 사무실 제공) 2020.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내 아내 선거운동 좀 돕게 해주세요."

서울 지역 A씨 예비후보 배우자의 호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4·15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정치 신인들은 물론,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유권자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얼굴 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현역 의원들보다 인지도가 낮아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애만 태우는 형국이다. 선거 운동을 돕는 가족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 아내가 선거에 나왔어요, 소개 좀 드려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유권자에게 접근해 명함을 내밀며 선거 운동을 돕던 A 후보자의 배우자는 유일하게 허용된 선거 운동인 '명함 배포'도 할 수 없게 됐다. 후보자 언저리에 그저 서 있을 뿐이라고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60조 3항에 따르면 예비후보자의 선거 운동은 명함 배포, 어깨띠 착용, 현수막 게시, 인쇄물 배포, 전화 통화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선거사무장·사무원은 오직 명함 배포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당에서 '대면 선거운동 전면 금지령'을 내리면서 선거 운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명함 배포, 악수, 외침 등 '지상전'은 사실상 불가해졌다.

고스란히 정치 신인들에겐 직격탄으로 떨어졌다.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신인들이 지역 돌기 등 제대로 된 얼굴 알리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SNS나 전화통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근근히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실제 홍보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의구심도 많다.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공직선거 예비후보들이 마스크를 끼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2020.02.28. (첨부=유송화 후보자 페이스북)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공직선거 예비후보들이 마스크를 끼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2020.02.28. (첨부=유송화 후보자 페이스북)

현장 접촉이라고 한다면, 출·퇴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게 전부라고 한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예비후보자 선거 사무원은 "인사도 못하고 피켓만 들고 1시간 30분 동안 서 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갑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유송화 예비후보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사람들하고 인사를 나누거나, 만나거나 하는 자체가 불편하게 되면서 당장 선거 운동에 어려움이 많다"며 "전철역도 조심스러워하고, 슈퍼전파자가 되어선 안되니 다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출마를 준비 중인 권혁기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에게는 한 번이라도 더 만나서 알려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데 코로나19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며 "기존 현역에 비해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비상시국'이라는 전례없는 특수 상황에서 이같은 제약이 생겨났다지만, 현역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정치 신인들을 위해 선거 운동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선거운동 허용 범위를 늘려 정치 신인이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전화 홍보'의 경우 선거법상 예비후보자만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직계존비속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충북에서도 잇달아 발생하면서 발이 묶인 공직선거 예비후보들이 '코로나19 사이버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예비후보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코로나19 관련 안내문. 2020.02.22. ksw64@newsis.com

[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충북에서도 잇달아 발생하면서 발이 묶인 공직선거 예비후보들이 '코로나19 사이버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예비후보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코로나19 관련 안내문. 2020.02.22. [email protected]

한 예비후보의 배우자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명함 배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 규정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선거법상 예비후보자 신분에서는 홍보물을 한 세대의 10%에 해당하는 주민에게만 발송하도록 돼 있다. 후보자로 확정되고 본선 체제가 되면 전 세대에게 홍보물 발송이 가능하다.

또 다른 예비후보자는 "정치 신인이 유일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공보물인데 굳이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가"라며 "차후 정치 신인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완화 조치들은 선거 조기 과열 및 사회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예비후보자 간 정치·경제력 차이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고 하더라도 선거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역구 현역 의원들 중에도 주목을 못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에 정치 신인들을 위해 새롭게 무엇을 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법률에 정해져 있는 사안"이라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선관위 차원에서 특별하게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위와 같은 요구에 대해선 입법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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