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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수일탈·리그중단 논란…프로야구, 기본만 합시다

등록 2021.11.17 09: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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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수일탈·리그중단 논란…프로야구, 기본만 합시다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 한 해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답지 않게 빈자리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이날 고척돔 입장 인원은 총 1만2904명. 만석인 1만6200명에 3296명이나 모자랐다. 2015년 10월26일 두산과 삼성 라이온즈의 1차전부터 6년 넘게 지속된 한국시리즈 매진 행렬에 마침표가 찍혔다.

한국시리즈 무대가 된 고척돔은 찬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팬들의 열기는 예년에 비해 크게 식은 분위기다.

코로나19만 탓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이제는 코로나19 뒤에 숨어 애써 외면했던 냉혹한 팬심의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프로야구는 매년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시끄러웠지만, 올해처럼 많은 상흔을 남긴 적은 없었다.

지난 7월 일부 선수들이 벌인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술판은 야구계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이 자리에서 선수 확진자가 발생했고, 결국 리그가 멈춰섰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초유의 일이었다.

여파는 단순히 전반기를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끝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왔다.

예정된 '144경기'를 완주하기 위해 KBO는 후반기부터 연장제를 폐지했다. 실컷 달아오르던 경기는 어김없이 9회에 마침표가 찍혔다.

정규시즌 720경기 중 50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역대급 '무승부 잔치'가 벌어졌다. 경기 후반 접전이 되면 '지지 않는 경기'를 위한 소극적인 운영이 늘어 재미가 반감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빡빡한 일정 속 수 차례 진행된 더블헤더도 전반기 조기 중단의 후폭풍 중 하나다.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 속 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또 박탈당했다.

정규시즌만의 문제는 아니다. 리그 중단에 2020 도쿄올림픽 휴식기까지 겹치며 10월말까지 정규시즌을 소화한 KBO리그는 포스트시즌 일정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는 준플레이오프만 5전3승제에서 3전2승제로 단축했지만, 올해는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2선승제로 치렀다. 준플레이오프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시리즈 바로 전 단계인 플레이오프를 최대 3경기만 치르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KBO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최후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팬들의 마음을 더 차갑게 만들고 있다.

리그 중단이 선언될 때부터 몇몇 구단들이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이를 결정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찝찝함을 남겼던 이 논란은 가을야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제는 정지택 KBO 총재가 리그 중단을 결정하는 표결에 관여했거나 사실상 부추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구단들과 KBO가 개막 전 머리를 맞대 만든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중단한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실제 총재가 직접 나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비난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KBO는 리그 중단을 결정한 긴급 이사회 녹취록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아직 명쾌하게 해소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까지 야구팬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일들을 못 본 척 눈감아줘야 할까.

이번 가을야구에서 만난 한 관중은 "야구장에서 직접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렇듯 대다수 팬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길 바랄 뿐이다. 올해는 일부 선수와 구단, KBO 모두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지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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