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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의 역설?…응급환자도 골든타임 치료 '위기'

등록 2022.02.09 15:23:57수정 2022.02.09 17: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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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에 신규 확진자 5만명 육박

일반 환자 감염 위험도 커져…응급의료 부담 커져

임산부·투석환자 등 감염되면 위중증 가능성 높아

구급차 출산·응급수술 받지 못하는 사태 없어야

경증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의료대응 체계 필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0시기준 신규확진자 수가 4만9567명을 기록한 9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2022.02.0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0시기준 신규확진자 수가 4만9567명을 기록한 9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2022.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오미크론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산부나 혈액투석 환자 등 응급 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델타의 3분의1에서 5분의1 수준으로 무증상·경증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안심할 순 없다. 델타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해 누구나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임산부나 혈액투석 환자, 심근경색 환자 등이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빠른 응급처치가 요구된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응급의료 현장도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956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의 2배 이상, 2주 전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 일반 환자들의 감염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응급의료 체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 하루 13만~17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오미크론은 중증화율이 낮지만, 반대로 경증 감염 위험은 훨씬 더 커졌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맹장염 수술을 받아야 한다든지, 출산을 해야 한다든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응급환자들이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다. 원래 응급실은 병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인데,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미 응급환자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이 코로나19로 부족해진 병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중환자실 중 일부를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한 터라 일반 중환자 진료 여건은 더 나빠졌다. 중환자 병실이 부족하면 진료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 응급실 입원조차 거부당할 수 있다.

발열 증상으로 코로나19가 의심돼도 응급실 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 있다. 음압격리병상은 지금도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 회장은 "음압격리실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기준으로 만들어져 전국에 음압격리실을 갖춘 응급실이 500여 곳에 불과하다"면서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와 의심 환자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진단체계가 바뀌면서 환자의 응급실 대기 시간도 더 길어졌다.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비해 민감도(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음성이 나와도 실제 양성인 경우가 많아 결국 기존처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PCR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지 않으면 입원이나 수술 수속을 밟을 수 없어 체류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면 설령 응급실에 병상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응급환자는 바이러스 전파 위험 때문에 입원하기 힘들어진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맹장염 환자가 바로 수술을 받거나 화상 환자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몇 곳 없다"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면 일반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응급실 입원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119구조대와 병원 등의 전화가 2~3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의료계 내부에선 경증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에 대비한 의료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통계로 한 달 출산은 2만3000여 건, 심근경색증은 1만여 건이 발생한다"면서 "이 중 10%만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한 달에 임산부 2300명, 심근경색증 환자 1000명을 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진료가 늦어져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거나, 응급시술과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급증하는 경증 환자 진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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