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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창정 "저요? 제일 귀여운 '다웃파이어'…매일이 첫 공연같죠"

등록 2022.09.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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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작…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1인2역에 목소리 변조…탭댄스·랩까지

"용기 내 도전…30년 연기해도 늘 긴장"

[서울=뉴시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다니엘' 역의 임창정.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제공) 2022.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다니엘' 역의 임창정.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제공) 2022.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임창정표 '다웃파이어'는 가장 예뻐요. 아담해서 제일 귀엽죠. 다른 두 배우는 덩치가 크잖아요.(웃음)"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이 코미디 연기로 돌아왔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10년 만에 오른 무대에서 철부지 가장 '다니엘'과 할머니 가정부 '다웃파이어'로 1인2역을 오가며 웃음 폭탄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 멋있는 작품에 제가 톱니바퀴 하나로 일조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너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철없는 남편 다니엘이 이혼을 당하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할머니로 변장해 보모로 잠입하는 이중생활을 그린다.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이자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은 한국 초연이다. 임창정, 정성화, 양준모가 주인공 다니엘을 번갈아 연기한다.

로빈 윌리엄스 팬으로 영화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하고 공연 실황을 보고선 머뭇하게 됐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무대에서 쉴 새 없는 변신과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인 걱정이 앞섰다. "사실 해낼 수 있을까, 괜히 민폐가 아닐까 우려했어요. 그래도 용기를 한 번 내봤죠."

다니엘-다웃파이어, 순식간에 변신…"실수할 땐 공포"

[서울=뉴시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임창정 '다웃파이어' 캐릭터 포스터.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제공) 2022.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임창정 '다웃파이어' 캐릭터 포스터.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제공) 2022.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에선 누구보다 바쁘다. 다니엘에서 특수 마스크와 안경, 가발을 쓰고 바디수트와 치마를 빠르게 갈아입는다. 아슬아슬한 변신 과정에서 대사하고, 노래도 한다. 목소리를 바꿔 다웃파이어로 능청스럽게 연기할 때면 폭소가 터져 나온다.

"목소리 톤은 여러 콘텐츠를 많이 봐서 섞여 있어요. 어느 날은 김수미 선생님, 또 어느 날은 이정섭 선생님이나 (홍)석천이 형 느낌이 나오죠. '~했어요'라는 억양은 저희 막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 톤이에요.(웃음)"

탭댄스 등 다양한 춤부터 랩까지 다재다능 끼를 보여준다. 다니엘이 우연히 인형극을 하다가 루프머신으로 비트박스와 랩 하는 장면은 신바람이 난다. "제일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장면"이라며 "해낸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형)복화술을 하며 디제이처럼 기계를 만지고 랩을 해야 하죠. 처음엔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인형 낀 손으로 하다 보니 자꾸 다른 게 눌려요. 성화는 익숙해지려고 목장갑을 끼고 연습했죠. 녹음해서 립싱크하자고도 했는데, 제작사 대표가 라이브를 고수했어요. 틀려도 되니, 그 맛이 있다고요."

물론 매일이 마음 같지는 않다. 때로는 옷 지퍼가 고장 나고,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상황 하나가 꼬이면 머릿속은 금세 백지가 된다. "하루하루가 첫 공연 같다"는 그는 "3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지금도 공연 1~2분 전에 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다니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임창정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 중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9.0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다니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임창정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 중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9.01. [email protected]

"작품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그대로만 하면 절대 실망을 줄 수 없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변신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터져 실수하거나 어느 순간 '팟'하고 대사를 잊을 때가 있죠. 당황하면 입에서 단내나도록 달달 외운 대사도 틀리더라고요. 그 순간은 공포에요. 자괴감이 들죠. 트라우마가 아직도 있어요. 관객들이 괜찮다고 박수 쳐주는데, 너무 미안하죠."

해결책은 계속 반복해서 연습할 뿐이다. 상대 배역의 대사를 본인이 녹음해놓은 음성을 틀어놓고 공연 두 시간여 전부터 연습하는 건 빼놓지 않는 일이다. "긴장을 놓치면 안 돼요. 인터미션 때도 키워드 단어를 다시 숙지하고, 퀵체인지 하면서도 그 전전 신부터 (대사를) 외우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죠."

"5년만 연기에 어색…연기자로 돌파구 찾고 싶어"

임창정은 "다니엘은 좋은 남편은 아니지만, 좋은 아빠"라고 했다.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됐단다. "오히려 제가 좋은 아빠는 아니에요. 바빠서 아이들과 많이 못 놀아줬죠. 지금은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스킨십도 더 하려고 해요."

연기 자체도 5년 만이다. 공백이 길어지며 연기 감이 떨어졌다고 최근 한 예능에서도 털어놨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그는 "했던 연기(영화)가 아니라 두 배 정도 공백기가 있었던 무대로 오다보니 어색했다. 연습하는데 쑥스러웠다"며 "첫 공연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다니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임창정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 중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9.0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다니엘 1인 2역을 맡은 배우 임창정이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 중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9.01. [email protected]

지금은 조금씩 감을 되찾고 있다며 "막공이 되면 본래 컨디션으로 돌아올 것 같다"고 웃었다. 관객과 마주하는 "커튼콜은 늘 감동"이라고 했다. "'오늘도 해냈구나' 생각해요. '창정이 고생했어'라는 박수가 느껴지죠."

한동안 연기를 쉰 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영화의 경우 똑같은 역할만 들어오고, 새롭게 보여드릴 게 많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인상 깊은 단역, 조역부터 다시 하고 싶어요. '우와 저 사람이 임창정이야?' 한두 신이라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악역 등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연기자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죠."

뮤지컬, 콘서트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임창정은 최근 데뷔한 걸그룹 '미미로즈'로 제작자로서도 본격 발을 뗐다. 보이그룹과 또다른 걸그룹, 솔로가수 등도 준비 중이다. "부지런하면 백년이 아닌, 삼백년의 가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후배 양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의무죠. 제 저작권을 다 팔아서 후배 양성을 위한 사업 자금으로 마련한 거죠. 등수보다는 열정이 일등이면 된다고 봐요. 한계까지 열심히 할 거예요."

공연은 11월6일까지 이어진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진정성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며 "정성화, 양준모, 임창정이 포인트다. 셋의 색깔이 모두 다른데, 여타 작품보다도 더 다르다"고 관람포인트를 짚었다.

"11회차 정도 했는데, 벌써 3분의1이 지났어요. 초반엔 한번 하면 쓰러질 정도로 너무 힘들어서 언제 끝나나 했는데, 이제는 아껴가면서 해야죠. 아까워 죽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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