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우울한 연말]"X-mas·연말 분위기 실종"…소비심리 위축 '심각'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유통업계 최대 대목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콘셉트와 이벤트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에 한창이다.
유통업계는 크리스마스까지 한달 반 남짓 남아있지만 가을세일과 창립기념세일 등이 마무리되면서 '벌써 크리스마스' 외관을 대형 장식으로 단장하는 등 본격적인 '성탄 특수' 준비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소공동 본점을 시작으로 점포 외관과 출입문을 꾸미고, 팝업스토어에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등 '가스파드와 리사'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산타'를 주제로 백화점 내·외부를 꾸미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며, 신세계백화점은 중구 소공로 본점 앞에 20m짜리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며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시즌 한정음료와 내년도 다이어리 등을 출시하며 다가올 연말 시즌을 준비하는 식음료업계 및 크리스마스트리, 미니어처 장식물, 워터볼 등 크리스마스 소품 기획전을 준비하는 생활용품 업계 등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함께 국내 각종 리스크요인이 겹치면서 유통가 연말 특수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실제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매출 추이는 지난달 코리아세일 페스타 기간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세일축제와 창립 사은 행사, 점포별 가을세일 등으로 전통적 비수기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예기치 않은 '최순실 사태'의 불똥을 맞은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4%대로 부진했다. 올 들어 지난해에 비해 통상적으로 7~8% 신장률을 보이던 매출 신장률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신장률은 4.2%로 해외 브랜드 시즌오프 행사 등 연말 맞이 마지막 세일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지난 12일 매출은 눈에 띄게 급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일주일 매출신장률이 전년 대비 10.8%였지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 탓에 4.9%에 불과했다.
외식업계 사정은 더 좋지 않다. 9월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고깃집과 한정식집, 횟집 등의 매출이 20~30% 줄어들었다.
또한 피자·치킨·제과점 등 인기 프랜차이즈 업체와 패밀리레스토랑, 호프집도 이달 들어 매출이 10~20% 감소했다.
패션·뷰티·생활용품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모든 관심이 '대통령·최순실·촛불집회' 등 정치 이슈에 쏠려 광고나 이벤트 등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뷰티 업체는 지난달 31일 할로윈 데이를 전후해 대규모 분장 축제를 준비했지만 행사를 취소했으며, 또 다른 아웃도어 업체는 신제품 홍보 전략을 세웠다가 전면 백지화했다.
주말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벤트성 행사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에 송년회 등으로 경기가 풀리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소비심리 위축에 경기불황, 설상가상으로 촛불집회 등으로 걱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비상적인 시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집회 등으로 연말 분위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도 실종돼 소비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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