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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혼이 비정상' 유체이탈 화법 왜 나왔을까…'박근혜의 말'

등록 2016.12.15 11: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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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근혜의 말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참 나쁜 대통령', '혼이 비정상', '솔선을 수범해서'…. 주어 동사가 맞지 않는 문법 파괴, 자신이 주체가 되지 않는 유체이탈 화법, 주술적 언어 등은 지난 4년간 온 국민들의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었다.

 사상 초유의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사용해온 언어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풀어나가는 책이 나왔다. 우리말 연구자인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대표가 쓴 '박근혜의 말'(원더박스).

 애초 박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에는 오히려 독특한 말이 기여한 부분도 컸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지방선거 때 커터칼 피습 당시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자신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린 예는 대표적이다.

 그러나 탄핵을 목전에 맞은 지금 박 대통령의 언어는 오히려 그간 벌어져온 최순실 국정농단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주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하자, ∼하겠다' 대신 '∼이다, ∼해야 한다' 등으로 타인에 대한 평가나 지시가 주종을 이루는 박 대통령의 화법은 자신을 주체에서 배제시키고 책임을 피하겠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설명된다. 또 단어 수준의 짧은 문장이 아닌 경우 길게 늘어지는 만연체의 문장은 주로 과시적, 권위적 성향을 보이고 의사결정이 모호한 이들이 보여주는 특징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혼이 비정상', '우주의 기운' 등 주술적인 언어가 등장하는 박 대통령의 언어는 40년 전 최태민과 함께 활동하던 당시의 언어와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언어는 청와대에서 자란 성장기, 양친 모두 총탄에 잃은 가족사, 최태민과의 만남 등 자신의 언어 사회와 과정 및 한국 정치사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배신의 트라우마 등 자신이 감추고 싶은 것들도 화법에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것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충격적 체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박근혜의 마음을 할퀴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심각한 자아 분열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체 수단 즉 자신을 지탱해 줄 목표와 존재 이유가 필요하다. 내면의 갈등에서 나온 이러한 요구를 박근혜는 일기장 여러 곳에서 되풀이해서 썼듯이 ‘소명’과 ‘하늘이 내린 뜻’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의 이러한 마음의 행로, 심리 작동 기제를 가장 정확히 간파하고 부추기고 이용한 사람이 최태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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