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檢기소권 남용' 첫 인정…유우성 공소기각(종합)
불법 대북송금·공무원채용 혐의 기소
1·2심서 벌금형…"대북송금 공소기각"
'간첩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확정
"검찰 공소권 남용" 대법서 처음 인정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유가려씨가 지난 3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원 고문 수사관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 [email protected]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해선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유씨를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은 적정한 권한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 2010년 3월29일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후 같은해 9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유씨의 간첩 혐의가 조작됐다는 증거가 법원에 제출되고, 유씨는 지난 2014년 1월 국정원 직원과 검사 등이 증거를 조작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2심 법원은 지난 2014년 4월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으며, 같은해 5월 유씨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증거조작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일이 있은 직후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를 다시 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과거 기소유예 처분을 뒤집고, 다시 유씨를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에 넘길 만한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적정한 소추재량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은 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해 공소기각 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한 첫 사례다.
유씨는 지난 2005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국내 탈북자들을 상대로 대북송금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불법 대북송금 사업, 이른바 '프로돈'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화교 신분을 숨기고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 결정을 받은 후 2011년 6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유씨가 친인척과 공모해 불법 대북송금 사업이라는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외당숙을 대신해 국내에서 대북송금에 이용된 계좌를 관리하고 지정된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등 분담된 역할을 수행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은 배심원 7명이 유씨의 공무원 채용 관련 혐의에 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대북송금 혐의에 관해선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 3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고문 수사관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 [email protected]
2심은 "검찰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밝혀지고,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받는 등 일련의 과정 직후에 이 사건을 기소했다"면서 "기존의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2010년으로부터 4년이 지나 이 사건을 기소했는데, 종전 사건 처분을 번복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도 없으며 기소할 사정이 있었다면 유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를 기소한 2013년에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기각 판결했다.
다만 공무원 채용 혐의에 관해선 "유씨가 스스로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믿었다는 주장이나 서울시의 심사가 부실했다는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며 "북한이탈주민을 가장해 이를 요건으로 하는 서울시 공무원에 지원, 임용돼 실제 북한이탈주민이 그 자리에 채용되지 못했다"며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뒤 소부로 재배당했다. 재판부는 기소유예 처분한 사건을 다시 기소하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심리했다.
한편 유씨가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은 2013년 2월 검찰이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씨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유씨를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여동생인 유가려씨에게 가혹행위를 자행해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이후 드러났고, 유씨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유씨 남매는 간첩조작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은 지난해 11월 "유씨에게 1억2000만원을, 동생 유씨에게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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