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협 "단일안은 '증원 원점 재검토'…의료붕괴 목전"
전의교협 성명…"정부, 의료계와 신속히 대화해야"
"①의견수렴 부재 ②서울쏠림·필수의료 해결책 안돼"
증원 추진 총장들에게 서한…"의대 증원 거둬 달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총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17. [email protected]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의 상황에서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국 의대 전체 40곳의 교수협의회가 참여 중인 전의교협은 이날 성명에서 왜 의료계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을 굽히지 않는지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정부가 증원 과정에서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은 교육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며 "인적 자원과 시설 미비로 많은 대학에서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되고 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증원이 필수의료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의교협은 "필수의료의 위기는 공적인 자원인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 방치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진료 수입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 소신을 잃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전엔 증원을 논의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전제했다. 정부가 인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두고는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 책임 체계가 운영 중이라고 했다.
셋째 이유는 소위 '빅5 병원'(서울대·서울성모·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라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쏠림과 관련한 입장이다. 경증 질환은 가까운 병원에서 해결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최소 진료 시간을 확보해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이야기다.
전의교협은 "이들 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 의사 수 부족을 논해야 한다"며 "필수 의료의 문제를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무엇이 실효성 있는 대책일지 현장을 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정부는 경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04.15. [email protected]
전의교협은 서한에서 "대학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기관이고 연구를 하는 기관이지 외형적인 발전만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대학, 그리고 교육자로서 본분을 생각하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거둬 달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의대 교육은 다른 분야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자원 소모가 많은 특성을 갖는다"면서 "이미 대학병원 교수의 직위에 매력을 못 느끼고 이탈하는 젊은 교수가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대학들이 인증 평가 시 교육 인원 부족과 함께 교육 시설의 노후를 지적 받고 있다"며 "증원된 학생 교육을 위해 대규모 병원 증축이 필요하고 교육, 연구에 비해 훨씬 큰 진료 업무를 해야 하는 의대 교수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중 정원이 늘어나는 32개교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고쳐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야 한다. 대교협 심사를 통과하면 5월 말 수시 모집요강에 반영된다.
전날인 16일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처음 가진 국무회의에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추진을 비롯한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갈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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