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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콜록콜록" 이례적 독감…백신공장은 '전쟁터'[르포]

등록 2023.08.23 16:00:00수정 2023.08.23 16: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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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사, 독감 백신 3년만 생산재개

안동L하우스, 백신 생산 과정 공개

국내 유일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

내년 초까지 500만 도즈 공급계획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사전충전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 형태로 만들어진 모습.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사전충전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 형태로 만들어진 모습.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3년 만에 생산을 재개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하고 첫 출하됩니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약 500만 도즈(500만회 접종량)를 공급할 예정입니다."(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공장장)

지난 22일 찾은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공장) 안. 이곳은 다음 날(23일) 있을 올해 첫 독감 백신 출하 준비로 분주했다. 이날 이상균 공장장은 "이번 시장 복귀로 국민의 독감 백신 선택권을 넓히겠다"며 국내 최초 세포배양 방식 독감 백신의 생산 재개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공급을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재생산을 시작했다.

이례적인 여름철 독감 유행이 지속되고 있고, 엔데믹 이후 독감 유행주의보가 역대 최장 이어지는 가운데라 SK 복귀는 더 환영받는다. 2년의 공백기간 동안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 CSL시퀴러스코리아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대신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복귀한 올해에는 스카이셀플루를 내달부터 병·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원액 과정부터 달라"…국내 유일한 세포배양 방식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생산동의 품질관리실(QC) 모습. 항원 함량 검사, 외래성 바이러스 확인시험 등을 진행한다.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생산동의 품질관리실(QC) 모습. 항원 함량 검사, 외래성 바이러스 확인시험 등을 진행한다.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만평의 국내 최대 백신 공장인 L하우스는 9개의 원액 생산라인(SUITE·스위트)를 갖고, 스위트별로 코로나19 백신·대상포진 백신·폐렴구균 백신 등을 배정해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독감 백신의 원액 생산을 맡는 스위트가 5번, 9번이다.

이주섭 QC 분석팀장은 "바이러스 항원별로 4개의 표준 원액을 만들고 이를 섞어 최종 원액을 만든 후 충전·포장하는 완제 단계로 간다"며 "이 과정에서 QC실은 항원함량검사, 외래성 바이러스 확인시험 등을 하는데 특히 백신에 항원 함량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중요하다. 4개 바이러스에 대한 표준품을 구매해 항원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하고 함량을 검사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독감 백신은 4가 백신으로, 4종의 바이러스 항원을 담았다는 의미다. WHO는 매년 2월 말 그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선정하는데, 총 4종(A형 2종·B형 2종)이다. 포장 단계에 이르기 전의 백신 원액에는 이 4종 항원이 조합돼 담긴다.

SK의 세포 배양 방식은 원액 생산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식인 유정란(계란)과 구별된다. 2000ℓ 규모의 세포배양기에서 동물세포를 배양한 후 세포에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그러면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되는데, 이후 세포에서 바이러스만 분리해 원액으로 만든다.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후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과 구분된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독감 백신은 유정란과 세포배양 방식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만 유일하게 세포 배양 방식으로 제조한다.

김기현 MI실 팀장은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활용하지 않아서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도 안전하게 접종 가능하다"며 "유정란 방식 대비 생산 기간도 짧아 대유행 등 유사시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정란 방식과 달리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하므로 항생제, 보존제 투여가 불필요해 과민반응에 대한 우려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세포배양 방식은 변이 발생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김 팀장은 "유정란 방식은 유정란에 적응한 변이의 발생이 나타날 수 있지만 세포배양 백신은 변이 발생 위험이 낮아, 유정란 방식에 비해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과 백신에 활용된 유형의 일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은 미국에서만 매년 900만~4100만건 발병하고, 한국에서도 통상 4월 이전 유행이 끝나는데 올해는 이례적인 모습이다"며 "세포배양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생산동의 원액실(DS) 모습. 2000ℓ 규모의 세포배양기에서 세포를 배양한 후 세포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되는데, 이후 세포에서 바이러스만 분리해 백신의 원액으로 만든다.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생산동의 원액실(DS) 모습. 2000ℓ 규모의 세포배양기에서 세포를 배양한 후 세포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되는데, 이후 세포에서 바이러스만 분리해 백신의 원액으로 만든다.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까지 오류 검사…내달부터 병·의원서 접종

원액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엔 원액을 사전충전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에 넣고(충전) 포장하는 완제의 단계에 이른다.

시린지 정렬 과정에선 원액을 담은 용기에 대해 불순물, 파손 등이 있는지 검사한 후 문제가 발견되면 일일이 수동 검사 작업을 거친다.

프리필드 시린지 주사기 형태가 된 백신은 이제 10개씩 한 상자(카톤박스)에 담겨, 제조번호, 유통기한, 품목코드 등이 부여 및 표시된다. 한 배치(batch·세포배양기) 당 15만개 백신이 생산된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도 중량 검사 시 기준 미달 혹은 초과되면 불량으로 처리된다. 서버에 업로드된 백신의 제조번호와 일련번호를 통해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10여개 국가에서 스카이셀플루의 추가 허가를 진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 중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 등 10개국은 이미 허가 받았다. 국내에선 출시 4년 여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대표 백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늘어날 공급 수요에 대비하고자 생산 인프라도 확장 중이다. L하우스에 3만평 규모의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이상균 공장장은 "증설이 마무리되면 L하우스의 생산 역량이 기존의 1.5배 수준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시린지에 독감 백신 원액 충전 후 라벨 작업까지 완료된 모습.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2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시린지에 독감 백신 원액 충전 후 라벨 작업까지 완료된 모습. 2023.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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