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하·토마스 샤이비츠 "지금 추상회화는 이런 모습"
학고재서 동시 개인전 6월17일까지
박영하, 내일의 너 Thou To Be Seen Tomorrow, 2023,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Mixed media on canvas, 27.5x22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동시대성을 가진 동서양 추상 회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가 학고재에서 열린다.
국내 중진 작가 박영하(69)와 독일 화가 토마스 샤이비츠(55)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형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학고재에 따르면 1980 년대부터 신추상표현주의 회화로 주목받은 박영하 작가는 지난해 학고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박 작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호주 시드니 애넌데일 갤러리와 일했었다.
한국 문학사에 전설로 남아있는 시인 박두진(1916~1998)의 아들로 유명하다. 박두진 시인은 생전 아들인 작가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로 작업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영하 작가. 사진=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야 솟아라…’로 유명한 시인 박두진이 아들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를 던진 속 뜻에는 영원히 새롭게 작업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박 작가는 수십 년간 같은 주제로 추상화를 그려왔다.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면서도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고 부친의 화두를 해석했다.
그의 작품은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의 생생함보다 이미지가 있는 듯 없는 듯한 현미무간(顯微無間)의 세계를 질박하게 펼쳐낸다.
토마스 샤이비츠, 〈Fuge(푸가)〉, 2023, 캔버스에 유채, 비닐 페인트, 피그먼트 마커, 240x150cm *재판매 및 DB 금지
토마스 샤이비츠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로 2023 스위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참여 작가로도 선정되어 미술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풍경화·정물화·인물화를 추상화로 변형한다. 독창적으로 개발한 색채와 독특한 깊이감, 작가의 자유로운 유희가 배합되어 새로운 경지의 회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내세운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는 언어로 치환할 수 있는 이미지는 더 이상 살아있는 이미지가 아니라는 작가의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 이 이미지는 포토샵으로 편집된 최초의 이미지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에서 추출했다.
토마스 샤이비츠. 사진=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작품 자체가 작품 해석과 같은 텍스트보다 강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 도형과 상징체계로 변형시켜 회화나 조각의 소스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추상 표현인지 재현 회화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무슨 내용인지 알아내기도 쉽지 않다. 형광 연두빛과 주황빛, 이와 대조를 이루는 무채색, 그리고 양자를 혼합한 색은 기묘한 동시대성을 상징한다. 회화 속의 중심 이미지가 추상 회화인지 아니면 추상 조각의 재현 회화인지 모호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작품이다. 전시는 6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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