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돌입…포스코·현대重 협상 가늠자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올해 하반기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간 선박용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 철판'(후판) 가격 인상을 둘러싼 양보없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 후판 사용은 절대적이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중 4분의 1 가량이 후판 가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해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값 인상 등을 이유로 최대한 후판 가격을 높이려고 하는 반면 조선업계 측에서는 업황 불황 등의 이유로 후판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중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조선업계 현대중공업간 이뤄지는 후판 가격 협상은 다른 업체에서 이뤄지는 협상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된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주요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이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일단 선공은 철강업계에서 먼저 날린 모양새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 "후판 사업에 있어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는 조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 달려있다"며 "조산사들의 업황이 어려워 인상 폭이 얼마가 될 지 여부는 협상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조선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격 인상이라는 대전제아래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납품 가격이 t당 60만원선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110만원선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올해는 기필코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조선업계 빅3를 필두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업계 수주 2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후판 가격 인상의 근거로 삼았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전세계 발주량은 917만CGT(321척)으로 전년 동기 703만CGT(304척) 보다 214만CGT 증가했다.
국가별 수주실적은 중국 290만CGT(133척), 한국 283만CGT(79척), 이탈리아 74만CGT(8척), 핀란드 67만CGT(4척), 일본 50만CGT(25척) 순으로 집계됐다.
조선업계에서 선박을 다수 수주한 만큼 글로벌 조선업계 업황 불황 등의 이유로 후판 가격 동결 내지는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측은 아직 업황이 되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고 올해도 각 업체별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후판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철강업계에서 가격을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중국산을 비롯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후판 공급량 과다인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간 이뤄지는 후판 가격 협상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며 "철강업계에서는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인상을 받아들이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가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후판 공급 가격을 올리면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라며 "수요는 적고 공급이 많다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정반대의 상황이라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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