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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 강제집행 세번째 '무산'…끝 모를 대치 해법은?

등록 2018.09.06 14: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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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하라, 못 나간다"…수협-구시장 상인 '강대강' 갈등 재연

신뢰 담보 갈등조정기구서 충분한 대화·소통 합의점 찾아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수협의 구 노량진수산시장 명도 강제집행이 실시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시장 상인들과 집행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8.09.06.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수협의 구 노량진수산시장 명도 강제집행이 실시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시장 상인들과 집행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8.09.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노량진수산시장에 다시 짙은 구름이 덮였다. 신(新)시장 이전 문제로 3년째 이어진 끝 모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6일 법원의 세 번째 강제집행이 구시장 상인들의 강력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극심한 내홍에서 벗어날 출구(出口)조차 보이지 않는다. 강대강(强對强) 대치 속에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당장 내놓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퇴거 해달라'는 수협측과 '나갈 수 없다'는 구시장 상인들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는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여론의 흐름도 싸늘하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명도소송에서 수협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에게 지난달 25일까지 퇴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갈등 상황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협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만큼 엄정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구시장 상인들은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짓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명도소송에서 진 구시장 상인들이 시장에 남아 영업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이다. 이 때문에 구시장 상인들이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정하거나 무조건 버티기가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구시장 상인들이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광어 양식어민 최수용(56)씨는 "어민 입장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노량진수산시장을 볼때마다 안타깝다"며 "싸우는 모습이 계속 노출되면 아무래도 수산물 판매가 위축될 것이고 그 피해는 생산자인 어민들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시장 상인 강모씨는 "구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지만 이전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다보니 노량진수산시장 전체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다"며 "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판결한 만큼 더이상 버티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시장 상인들은 구시장 일부 존치 등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헌주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 공동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대화시장 자체가 노량진수산시장 용도에 맞지 않게 설계되는 등 현대화사업은 실패한 것"이라며 "구시장은 미래 유물이기 때문에 구시장 일부라도 존치해달라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협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만큼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대법원 판결 최종 승소후 일주일간 기간을 두고 입주를 기다렸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며 "2009년 현대화사업 추진 동의를 시작으로 2015년 신시장 임대료 합의에 이르는 상호간의 합의와 약속, 신뢰가 모두 깨져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과 위생문제, 신시장 상인들의 피해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불법 점유하고 있는 구시장 상인들과 더 이상의 협상이나 대화는 없고, 법원에 강제집행 절차를 추가로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착수했다.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과 건립된지 48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시장의 안정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수협은 기존 냉동 창고를 헐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지난 2015년 10월 완공했다. 신시장은 이듬해 3월 정식 개장했다.

 하지만 상인들 상당수가 임대료와 점포면적을 문제 삼아 입주를 거부했다. 통로가 좁아 물건 진열과 작업이 어렵고 기존 물류시스템이 반영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협측은 임대료와 점포 면적은 앞서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대료와 점포 크기 문제 등을 놓고 시작된 갈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중재로 갈등조정협의회가 5번이나 열리는 등 양측이 50여차례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3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불법점유 상점들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12일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구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4월에도 한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철수한 바 있다.

 수협과 구시장상인들 간 극단적 대치 속에 대화 창구마저 끊긴다면 강제집행을 두고, 또 한 번의 '물리적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산업계 안팎에서는 신시장 이주를 둘러싼 갈등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행선만 긋는 입장 대립이 계속될 경우 언제든 충돌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합의는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처음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쪽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절차가 잘 이행됐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절차적 정의를 따라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수협 측과 상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나 갈등조정기구가 나서서 합의점을 찾도록 충분한 소통의 시간을 갖고,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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