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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취업난?…공공기관들 "회계사 모십니다"

등록 2024.09.25 06:00:00수정 2024.09.25 07: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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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등은 여전히 회계사 가뭄

합격생들 "당국, 선발인원 수요예측 실패"

회계사 취업난?…공공기관들 "회계사 모십니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올해 회계법인이 채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회계사 합격자가 나오면서 합격생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선발인원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등은 여전히 회계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위 대형 회계법인 선호현상이 빚어낸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입 모집을 마무리한 빅4(삼일·삼정·안진·한영회계법인)의 총 채용 인원은 842명이다. 올해 공인회계사 2차 합격생 수는 1250명, 약 400여명은 여전히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로컬 회계법인에 흡수된다 해도 회계법인 입성에 실패하는 인원이 약 200명은 될 것으로 업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빅4 채용 인원(1275명)이 공인회계사 최종 합격자(1237명)보다 많았을 정도로 빅4는 이들에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과거와 달리 올해는 이례적인 '취업난'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회계사 합격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이 선발 인원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입사 준비생은 "최악의 경우 300명 이상이 아무데도 못가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회계사에 합격하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회계사 수를 늘린 금융당국 앞에서 시위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계사 인력 공급이 쏟아지면서 다른 산업군에서는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년간 회계법인들이 호황기를 맞으며 회계사 인력을 높은 몸값에 쓸어가면서 일반 기업, 금융회사, 공공기관, 공기업 등은 '회계사 가뭄'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신입 공채에서 회계사 인력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계 감독·감리 등 업무를 맡고 있는 금감원은 지난해 신입 120명 중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이가 단 1명에 불과해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진 바 있다. 금감원은 한때 '빅4'에 이어 '빅5'로 불릴 만큼 회계사들의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금감원은 현재 70명 신입 공채를 진행하며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점을 주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경력 무관 회계사 채용 공고를 진행 중이며, 많은 공공기관들이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를 상시 채용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반 기업의 회계사 모집 공고도 15건에 달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금융위 등 수많은 정부부처들은 회계사를 구하지 못하는 '회계사 가뭄'을 겪고 있다"며 "회계사들이 취업난을 겪는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전했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회계사 최종 합격자들은 금융위 고시에 의해 정해진 기관에서 1년 이상 실무 수습을 받아야만 등록 공인회계사가 될 수 있다. 통상 수습 회계사들은 수용 인원도 많고 상장사 감사 수주도 많은 빅4에 들어가 수습 기간을 거친다.

하지만 반드시 회계법인에 들어가야만 수습 기간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 회계법인, 감사반뿐 아니라 금감원, 공공기관, 각종 협회, 공사, 금융회사, 일반기업 등에서도 관련 업무를 하는 부서에서 일한다면 모두 실무 수습 기관으로 인정이 된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한 회계사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으니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하고 싶은 합격생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증권사, 일반 상장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경력을 쌓아 회계법인으로 이직하는 사례들도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선발 인원을 결정한 배경엔 수년간 누적된 회계사 부족 현상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회계법인 호황으로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금융회사는 회계사를 못뽑고 있었던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며 "그런 상황을 고려해 작년엔 전체적인 숫자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역대 규모의 선발 인원에도 회계법인들이 예년처럼 많이 뽑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실무 수습은 회계법인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고 법상 수많은 기관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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