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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첩이 아니다"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사진치유전

등록 2019.10.29 15: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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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故김태룡, 강광보, 최양준 씨. 아랫줄 왼쪽은 김순자 씨, 오른쪽은 이사영 씨. 2018년 옛 남영동 대공분실 복도에서. (사진=공감아이 제공)

윗줄 왼쪽부터 故김태룡, 강광보, 최양준 씨. 아랫줄 왼쪽은 김순자 씨, 오른쪽은 이사영 씨. 2018년 옛 남영동 대공분실 복도에서. (사진=공감아이 제공)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과거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한 사진전시가 열린다.

사진치유전문 공감아이(대표 임종진)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31일부터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 :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자기회복 치유사진전’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개최한다.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점이 내걸린다. 

전시는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간첩 사건 피해당사자 5명이 고통스런 기억의 공간과 삶의 환희를 느끼는 대상을 지속적으로 마주하면서 스스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강광보 作. 상처와의 대면. 옛제주경찰서터. (사진=공감아이 제공)

강광보 作. 상처와의 대면. 옛제주경찰서터. (사진=공감아이 제공)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19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받은 강광보(2017년 7월 17일 대법원 무죄) 씨,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받은 김순자(2013년 11월 14일 대법원 무죄), 무기징역형으로 1998년 석방된 김태룡(2016년 9월 23일 대법원 무죄) 씨 남매,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으로 징역 15년 확정받고 13년 복역한 이사영(2014년 1월 29일 대법원 무죄) 씨, 1982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확정 받고 9년 복역한 최양준(2011년 3월 24일 재심으로 무죄) 씨다.

이들은 모두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통해 결백함이 인정됐지만 사건 당시 공권력의 무자비한 고문과 긴 수형 생활로 인해 심각한 수위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닌 채 오랫동안 살아와야 했던 이들이다.

김순자 作. 상처와의대면. 남영동대공분실원형계단.(사진=공감아이 제공)

김순자 作. 상처와의대면. 남영동대공분실원형계단.(사진=공감아이 제공)

전시는 단순히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닌, 고문 피해당사자들이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며 어떻게 자기치유 행위를 이뤄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대면의 도구인 사진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트라우마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면서 훼손된 자존감과 망가진 일상성을 회복해 가는 자기회복의 시간을 소개하는 자리다.

참가 피해당사자 중 김순자, 고 김태룡(김순자 씨의 남동생) 씨는 전시공간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실제 고문을 받았던 이들이다. 또 참가자 모두 과거 이문동 중앙정보부, 서빙고 보안대, 제주보안대 및 경찰서 등지에서 강압적 고문을 받은 피해당사자들이다.

故 김태룡 作. 상처와의대면. 남영동대공분실조사실.JPG

故 김태룡 作. 상처와의대면. 남영동대공분실조사실.JPG

전시는 민주인권기념관 5층 16개 수사실 중 13개 방을 전시장으로 활용,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1, 2 섹션 전시공간 문에 피해당사자의 셀프 포트레이트(자화상)를 내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에서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어두운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자기극복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사영 作. 상처와의대면. 옛이문동대공분실터 복도. (사진=공감아이 제공)

이사영 作. 상처와의대면. 옛이문동대공분실터 복도.  (사진=공감아이 제공)

공감아이 임종진 대표(한국사진치료학회 이사)는 "예술가의 힘을 빌지 않고 피해당사자가 직접 치유와 회복을 이룬 정점의 순간들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 전시를 가슴으로 살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월요일 휴무). 관람은 무료. 고문피해자들이 참석하는 개막 행사는 11월 2일 오후 4시 열린다.


최양준 作. 상처와의 대면. 옛부산보안대 담장터. (사진=공감아이 제공)

최양준 作. 상처와의 대면. 옛부산보안대 담장터. (사진=공감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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