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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실습은 왜 노동이 되었나...'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등록 2019.12.10 11:48:29수정 2019.12.10 13: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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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사진 = 후마니타스 제공) 2019.12.10.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사진 = 후마니타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18년 12월11일 저자는 국회출입기자였다. 당시 국회의 이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단식농성을 벌이던 때였다.

하지만 그날 단식농성 보다도 기억에 남는 사건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다. 설비 점검을 하던 하청 업체의 청년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는 새벽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다. 구의역 사고처럼 2인 1조로 해야하는 업무였다.

"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했나요?""평생을 만지고, 보고 또 봐도 모자란 아들이었다. 계속 보고 살 줄 알았다"며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이의 동료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했다"

사고 이후 꾸려진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12월10일 오늘은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제정 28년만에 통과됐다. 원청의 책임을 확대해 처벌 또한 강화하는 등의 변화가 왔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현장,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하청업체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는 청년들의 사례는 더욱 절절하다.

2017년 1월 IPTV 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다 저수지에 몸을 던진 여고생, 그해 11월 음료회사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프레스기에 몸이 끼어 숨진 직업계 고교생, 2016년 5월 외식업체 현장실습 중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내 괴롭힘에 스스로 목 맨 고교생, 그리고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목숨을 잃은 공고 3학년 현장실습생 김군까지.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의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는 이러한 현장실습생들의 산재 사건들을 파헤친 일종의 취재일기다. 아이들의 친구, 부모, 선생님, 직장 동료들을 만나 듣게 된 이들의 학창시절과 사회 속에서 겪었던 난관들을 되살려 냈다.

사회적 차별 속에서 현장실습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알바, 저임금 노동착취로 이용되는 현실. 이러한 환경에도 취업률 제고를 위해 아이들을 취업을 등떠미는 일부 직업계고 교사들의 사례는 더욱 충격을 안겨다 준다.

'열여덟, 일터로 향하는 아이들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에 관한 취재를 마친 후 두 딸이 잠들어있던 집에 돌아와 아내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대화했던 것을. 그 대화의 끝이 한숨이었고, 이후 반복된 한숨이 바로 이 책의 시작이었음을.

저자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현장실습이 저임금 노동착취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정면 비판한다. 실제 고졸 출신 취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져다준 과거 정부의 선취업·후진학 정책의 문제점과 기업이 맡아야 할 업무 교육을 왜 학교가 대신하게 됐는지, 학교는 왜 학생들보다 취업률을 우선하게 됐는지, 왜 실습이 아닌 노동이 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256쪽, 1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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