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물갈이 물꼬 튼 '김형오의 힘'…한강·낙동강벨트가 관건
TK 김광림·최교일 불출마…강효상은 '서울 험지' 강북 출마
김형오 공관위 힘 실려 쇄신 탄력…공천 잡음 수그러들어
'한강벨트·낙동강벨트' 관건…홍준표·김태호 '요지부동'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을 하고 있다. 2020.02.20. [email protected]
공천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연이어 불거지던 시점에 TK 의원들의 연쇄 불출마 선언이 나오면서 '김형오 공관위'에 힘이 실리는 동시에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하루만에 사그라든 양상이다.
20일 통합당에서 총선 불출마 대열에 합류한 건 김광림 의원(3선·경북 안동)과 최교일 의원(초선·경북 영주문경예천)이다. 대구 달서병 출마를 준비해온 강효상 의원(초선·비례대표)은 불출마 대신 서울 강북 험지로 선거구를 변경하기로 해 TK 쇄신은 탄력을 받게 됐다.
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김 의원은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정치 여정을 마친다"며 "미래통합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12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황(親黃·친황교안 )그룹'으로 통한 최 의원은 "현 정권의 일방 독주와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마를 접었다.
강 의원은 "대구 공천이라는 프리미엄을 내려두고 최전선인 서울에서 여당인 지역구를 한 곳이라도 더 탈환하기 위해 선봉대로 나설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패배한다면 문재인 정부 폭정으로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나라가 무너지면 대구도 없고 저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경북 안동 3선 김광림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0.02.20. [email protected]
정치권에서는 공관위가 TK 면접을 하루 연기하면서 결과적으로 이 지역 의원들에게 '결단'을 압박하는 효과가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TK가 봉이냐"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만큼 대대적 물갈이에 불만을 표출했던 TK 의원들을 김 위원장이 뚝심으로 제압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은 TK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일부 초재선 의원과 다선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권유하는 전화를 돌리면서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를 암시하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개혁이라는 것은 자기부터 개혁하는 것이다. 남 보고는 개혁하라고 하면서 자기는 하지 않으면 지금 문재인 정권과 다른 점이 뭐가 있겠느냐"며 "아주 나하고 가까운, 아끼는 동료 후배들이 이런 대결단을 내려주는데 대해서 너무나 감사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다. 쇄신하고 개혁하고 혁신하고 스스로 옷을 벗는 대결단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단 TK 지역에도 불출마를 통한 '선수교체'가 가능해진 만큼 '김형오 공관위'는 큰 부담을 덜게 됐다. 황교안 당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공천 칼자루를 쥔 채 인적 쇄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형오 위원장에게는 더 큰 힘이 실리게 됐다.
TK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한강벨트와 낙동강 벨트 완성을 통한 개혁공천에 쏠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에 참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다만 여전히 대권을 넘보는 잠룡이나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당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은 경남을 놓지 않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 출마를 추진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을로 출마 희망지를 변경했다. 양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권 의원과 PK 총선 빅매치를 치러 정권심판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에 참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홍 전 대표는 "저는 밀양에서 컷오프 당했잖나. 이번 양산에서 (컷오프) 나오면 이제 세 번째"라며 "컷오프를 두 번 당하면 정계 은퇴나 무소속 출마 중 선택할 수밖에 없겠죠"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일부 위원들이 수도권에서 20명 이상 공사를 해서 되었지 않았냐(고 했다)"며 "제 역할은 그렇게 하겠다.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선거해 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서울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 어떻게 나가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김형오)위원장님도 고민이 많겠죠. 서울 인재가 없으니까. 고민이 많겠죠"라고 답했다.
김태호 전 지사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당선된 창원성산 선거구 출마를 권유받고 있으나 자신의 고향 출마를 고수하고 있어 김 위원장이 험지 출마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지사는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누구나 '가면 죽는다, 가지마라' 했지만 당의 명령을 받고 두 번의 승리를 당에 안겨드렸다"며 "도지사 선거 끝나고 고향에 머물며 이제 초심의 마음으로 다시 이곳(고향)에서 좀 더 진지하고 성숙한 정치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마음이 무겁지만 민심은 정치공학을 넘어서고 있다. 험지 출마를 안 하면 당을 이해하지 않고 나라 생각을 안 하는 것이고, (험지에) 출마하면 다르게 생각하는 이분법의 논리도 적용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아직까지 저는 당을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컷오프되더라도 무소속 출마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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