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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말에도 코로나19 유사한 '중국발 돌림병'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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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10 06:00:00
열흘만에 한양까지 전파…치사율 20%로 백성들 '공포'
한국국학진흥원 "조선시대 치료수단없어 피해 훨씬 커"
"하회마을에선 소 잡아먹으면 낫는다" 웃지 못할 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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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용연 (제공=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그렇다.

조선시대에는 더 그랬다. 이 중에는 감염병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조차 모르고 퍼진 것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중국에서 시작돼 이 땅에 전파된 사례도 있다.

10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검역과 치유의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감염병에 따른 피해가 훨씬 컸다. 특히 양란(兩亂)을 겪은 조선 후기의 사회는 감염병과 기근(飢饉)의 연속이었다.

조선 후기 학자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 1741~1826)가 남긴 한시에는 그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윤기는 1798년 겨울에 크게 유행했던 독감을 시로 남겼는데 지금의 코로나19와 그 상황이 매우 닮았다.

중국에서부터 독감이 유행했는데 이로 인해 청나라 황제 건륭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할 정도였다. 조선으로 전해진 독감은 열흘 만에 한양까지 번져서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치사율은 20%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이 독감을  '해치는 기운(沴氣)'이자 '위협하는 기운(劫運)'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자체에서 커다란 공포가 느껴진다. 윤기가 저술한 '무명자집(無名子集)' 제4책의 시고(詩稿) 중에는 감염병이 훑고 지나간 당시를 이렇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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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용연 (제공=한국국학진흥원 제공)
'縱云誰昔然 未有如今歲(옛날에도 그랬다지만 올해처럼 심한 해는 없었네) / 非瘟亦非疹 彌天網無際(염병도 아니고 마마도 아닌 것이 온 세상 끝까지 덮쳤어라) / 強名曰輪感 難以一言蔽(돌림감기라 억지로 이름 붙였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네) / 旬月遍天下 驟如風雨勢(열흘 만에 천하에 퍼져 풍우 같은 기세로 몰아쳤네) / (중략) / 傳聞自大國 始初尤多殪(듣자니 중국에서 시작하여 처음엔 더 많이 죽었다지) / 餘波及左海 所向厥鋒銳(여파가 조선에 미쳐 곳곳마다 맹위를 떨쳤네)'

감염병 치료에 대한 의료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조선시대에는 마을에서 돌림병이 돌 때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감염병 환자들을 멀리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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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용연 (제공=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이웃 사람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야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격리', 공동체에서 추방된 이들이 겪은 공포와 소외감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으로 보인다.

류의목(柳懿睦)이 지은 '하와일록(河窩日錄)'에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발생한 해괴한 돌림병과 그 소문을 기록하고 있다. 비과학적인 부분도 섞여 있지만 감염병을 대하는 백성들의 두려운 마음이 잘 나타난다. 다음은 하와일록의 일부분이다.

- 1799년 2월 22일, 구름이 끼고 흐린 날이었다. 류의목이 사는 하회마을에는 해괴한 병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 병은 발병이 매우 빨라서 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병이었다.

지난 17일, 온 고을에 크게 번지고 있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 병은 소고기를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너도나도 소고기를 먹기 위해 소를 잡아대기 시작했는데 못해도 하루에 네다섯 마리는 잡는 듯 했다.

전염병이 도는 것도 해괴한데 이러한 병을 소고기로 잡는 것도 해괴했다. 이 소식을 믿고 너도나도 소를 잡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오늘 들으니 안동부에서 이 감기로 죽은 사람이 모두 400여명이라고 한다. 이 감기는 모두 청나라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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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용연 (제공=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들리는 이야기로는 의주부윤이 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 관우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곤 의주부윤에게 '내일 만주족 승려가 강을 건너갈 것인데 너는 배를 지키는 사람에게 미리 일러서 그가 차고 있는 세 개의 주머니를 빼앗아라'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의주부윤이 잠에서 깨었는데 꿈의 내용이 너무도 생생해 괴이하게 여기고는 뱃사람 네 명에게 분부해 강가에서 기다려 보도록 지시했다. 그리하여 뱃사람 네 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로 승려 한 사람이 홀연히 강을 건너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뱃사람 네 명은 그를 잡아서 주머니를 빼앗으려 하였는데 두 개의 주머니는 빼앗고 한 개의 주머니는 미처 빼앗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붉은 기운이 공중에 떠돌며 사라졌는데 네 사람은 모두 중독이 돼 즉사했다고 한다.

세 개의 주머니는 감기 주머니, 창질 주머니, 호역 주머니였다. 창질 주머니와 호역 주머니는 빼앗았으나 감기 주머니는 빼앗지 못하여 병이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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