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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수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보내는 희망가…'안녕, 미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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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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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안녕, 미누' 스틸(사진=영화사 풀 제공)2020.05.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안산·시흥시는 두 개의 공단이 위치한 탓에 전국에서 제일 많은 외국인주민이 거주한다. 이외에도 영등포, 구로, 금천구는 주민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정부가 밝힌 외국인주민의 수는 2018년 11월 기준으로 205만여명. 국내 총인구의 4%를 차지한다. 외국인주민은 국내에 거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귀화자·외국인주민 자녀를 말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미누씨의 삶을 그린 영화 '안녕, 미누'는 과거에는 더 심했고, 현재까지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역사를 비춘다.

"자기들이 불법으로 들어와 놓고 왜 난리냐"고 말하는 불특정의 사람들에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증가한 데는 정부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짚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취업을 목적으로 본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이나 타국에 정착한 노동자 가운데, 이주에 대한 허가나 인정을 나타내는 공적 문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다. '불법체류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잘못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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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안녕, 미누' 스틸(사진=영화사 풀 제공)2020.05.11 photo@newsis.com
정부의 묵인 하에 80년대 말부터 이주노동자가 대거 한국의 산업현장에 투입된다. 당시에는 외국인이 노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다.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관련 법안이 없었기에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미등록 신분이었다. 그만큼 이를 악용한 인권 차별과 불이익이 빈번했다. 2003년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집중 단속과 강제추방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미누 씨는 1세대 이주노동자로 1992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1992년부터 2003년까지 가스 벨브 공장을 거쳐 창신동의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2003년을 분기점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단속·추방을 벌였다. 열흘 만에 1233명이 연행됐고, 606명이 강제 출국됐다. 이에 저항하다 11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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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안녕, 미누' 스틸(사진=영화사 풀 제공)2020.05.11 photo@newsis.com
고용허가제는 1993년 시행 뒤 '노예연수제'란 비판을 받아 온 '산업연수생제' 제도를 보완한 이주민노동자 관련법이다. 하지만 업주의 허가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한 고용허가제로 인해 체류자격을 상실하거나 인권을 침해받는 일이 여전히 팽배하다. 

2003년 당시 미누씨는 이주노동자 권리에 눈을 뜨고 동료들과 모여 명동성당과 성공회성당에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 그의 문화운동가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한국말 구호를 따라 하지 못하는 동료 농성 단원들을 위해 한국 최초 다국적 밴드 '스탑 크랙다운'을 결성, 보컬로 활약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국내 전국 곳곳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다양한 투쟁과 축제의 장이라면 어디서든 함께 연대하며 노래를 불렀다.

이 영화는 제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한국 입국이 번번이 무산된 미누씨는 이때 영화제 관련 장소에 머무는 조건으로 2박3일간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달여 후 그는 10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의 버전은 한국에서 황금기를 보내고 모든 가치관을 여기서 적립한 사람이 네팔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좀 더 집중했다.

하지만 지혜원 감독은 미누씨 사망 이후 편집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의 이주노동자 역사 속에서 미누 씨가 했었던 역할을 더 큰 그림에서 그리는데 치중해 이번 개봉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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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안녕, 미누'. (사진=영화사 풀, ㈜영화사 친구 제공) 2020.05.06. photo@newsis.com
영화 속에서 미누씨는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한국사람인 줄 알고 살 정도였다"고 말한다.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형성했고, 네팔로 돌아가서도 항상 한국을 그리워했던 미누씨. 

이 영화는 수많은 '미누씨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무지에서 비롯된 혐오와 비난을 멈추고, 자성할 수 있게 만든다.

"불쌍하게 그리지 말라"는 미누씨의 약속대로 영화는 음침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영화는 우울한 느낌보다 활기찬 리듬감 속에서 전개된다. 우울한 느낌보다 희망의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다루는 주제는 무겁지만, 심각하게 그려내지 않았다. 극으로서의 재미도 충분하다. 89분, 12세 이상관람가, 27일 개봉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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