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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검토…"밀집도 최소화 안돼"

등록 2020.06.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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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원 등원하는 유치원 有"…돌봄은 매일

유치원 1곳당 방역인력 지원 0.8명…1명도 안돼

"수도권 유치원 3분의1 유지 안 돼…인력 부족"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25일 오후 강서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3번 확진 환자인 유치원생이 다니는 서울 강서구 예일유치원의 문이 닫혀 있다. 2020.05.2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25일 오후 강서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3번 확진 환자인 유치원생이 다니는 서울 강서구 예일유치원의 문이 닫혀 있다. 2020.05.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연희 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단체들은 물론 교육감들까지 건의하자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감염병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수업일수를 추가로 줄이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될 경우 무더위에도 유치원생들이 등원해야 하고 돌봄수요가 많은데 반해 보건전문인력은 부족한데 따른 방역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오석환 교육복지정책국장은 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직접적인 수업일수 감축 지시는 없었지만 현장 상황에 맞는 방향을 모색하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유치원 수업일수를 초·중·고교와 같이 10%만 줄였다. 그러나 유치원의 경우 온라인개학을 하지 않아 개학연기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올해 여름방학도 없이 원아들이 무더위에도 등원해야 한다는 현장의 비판이 나왔다. 교원단체들은 적어도 본래 법정일수인 180일 중 최소 20%(36일)를 감축하거나 개학을 연기한 만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유치원은 지난달 27일 94일만에 개학했지만 유치원 안팎에서는 수도권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유치원이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교육부 지침상 유치원과 학급당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3분의 1 이하만 등원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돌봄에 참여하는 원생들은 매일 유치원에 나가는데다, 학교방역을 책임질 보건전문인력도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는 3분의 1 이하만 등원 또는 등교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비수도권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은 지역만 3분의 2 이하로 등교하도록 하는 기존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일부 수도권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의견을 모아 전원 등원을 결정하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 지역 맘카페에서는 한 학부모가 "주변 병설유치원은 한 반을 두 개로 나눠 일주일에 1~2회만 등원하던데 우리 유치원은 완전 정상등원이라 좁은 공간에 스무명도 넘는 아이들이 있는 거라 밀집도가 상당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유치원이 학교처럼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돌봄은 3분의 1 이하 지침과 관계 없이 매일 유치원에 나오도록 했기 때문이다. 긴급돌봄이 필요한 원아들을 빼고 3개 그룹으로 나눠 3일에 1번 등원하다보니 늘 3분의 1 이상이 유치원에 나온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맞벌이 가정이나 조손·한부모가정 등 돌봄이 꼭 필요한 이들 위주로 돌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긴급돌봄 수요가 있으면 받아주는 유치원이 적지 않다.

경기 수원 매탄지역 맘카페에는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가 "한 반을 이름순으로 세 반으로 나눠 하루씩 돌아가면서 나오라고 한다"면서도 "통신문에 돌봄이 필요한 유아는 매일 등원한다고 적혀있고 따로 맞벌이만 받는다는 얘기가 없어서 그런지 신청해서 보내는 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왕정희 유치원위원장은 "수도권 유치원의 경우 3분의 1 이하로 등원하라고 해서 3일에 한 번 등원하고 있지만 긴급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제외된다"면서 "대형 단설유치원의 경우 하루 밀집도가 3분의 1 이상을 넘나드는 상황인데, 밀집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각 교육청이 실태파악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왕 위원장은 "교육과정반이 운영된 이후에는 방과후 과정 돌봄이 운영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원아를 잠시 격리하는 일시적 관찰실로 쓸 유휴교실이 따로 없다"며 "최소한의 기준을 갖고 대응하다보니 유치원운영위원회에서도 학부모들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개월여 연기됐던 초등학교 1·2학년생, 유치원생 등교가 시작된 27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 단설 건국유치원에서 한 교사가 원생 등원에 앞서 교실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2020.05.27.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개월여 연기됐던 초등학교 1·2학년생, 유치원생 등교가 시작된 27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 단설 건국유치원에서 한 교사가 원생 등원에 앞서 교실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유치원의 경우 학교보다 보건전문인력과 방역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4월 기준 총 1만1900개 학교 중 보건 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비중은 85.4% 수준이다. 그러나 유치원은 전국의 원아 수가 63만명에 달하지만 배치된 보건교사는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교사가 보건교사 업무를 하는 형편이다.

전교조 유치원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보건전문인력 약 100명을 한시 채용해 1인당 8개 유치원을 순회하며 업무하도록 했고, 인천은 대형 단설유치원에만 배치했다. 경기도는 지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전국적으로 약 4만명에 달하는 발열체크나 보건교실 지원, 마스크 착용 생활지도 등을 위한 방역활동이 가능한 인력을 지원을 추진 중이라 밝혔지만 유치원은 초중고교와 특수학교보다 적은 수가 지원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유치원에 대한 인력지원 규모는 7023명(17.6%) 수준이다. 각 기관별 평균 지원인력을 살펴보면 유치원은 0.8명으로 1명도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다. 초등학교(2.9명)와 고등학교(2.8명), 중학교(2.4명), 특수학교(2.3명)보다 낮은 것은 물론 각종학교(1.6명)보다도 적다.

감염이 확산 중인 수도권의 경우 유치원은 서울 1.4명, 인천 1.5명이며 경기도는 0.1명이다. 초등학교에 지원되는 인력은 서울과 인천이 각 5.5명, 경기가 1.8명 수준이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원회 의장은 "강화된 방역 조치가 적용되는 수도권에서 서울 인천에 비해 경기가 지원 인력 적은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와 우리 학생들을 위해 조속히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8일 오전 0시 기준 10세 미만 확진자 수는 166명(1.41%)이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미술학원에서는 유치원생이 감염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수원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다행히 접촉 원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교도 방역활동을 하느라 교직원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유치원은 더 체계가 느슨해 방역 여건이 열악하다"며 "유치원에서 무증상 원아나 교사로 인해 조용한 전파라도 일어난다면 집단감염이 일어나거나 원아들이 각 가정으로 감염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계에서는 지금도 수도권 유치원 밀집도를 현실적으로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보건전문인력 또는 방역인력이라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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