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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구논문 121편,똑같은 사진 재탕…논문공장서 생산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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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6 09:16:06
"같은 사진을 트리밍해 다른 연구결과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인센티브 시스템이 논문공장 성행 불러...빙산의 일각일 듯"
중국 타오바오에 연구논문 아웃소싱 서비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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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중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3편의 논문에 실린 사진들. 서로 다른 종류의 암에 관한 연구결과임에도 불구하고, 1개의 사진을 트리밍에 각각 다른 사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진출처: WSJ> 2020.07.06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중국 과학자들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100편 이상의 논문에서 동일한 사진이 재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연구의 과학적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약 50여개 도시 소재 병원과 의과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들 중 121편이 최소 1개의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미국의 미생물학자 겸 이미지 분석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빅 박사는 "많은 논문들이 동일한 회사 또는 논문 공장(paper mill)에서 생산됐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문제의 논문은 서로 다른 학자들에 의해 4년의 격차를 두고 발표된 것들이다. 논문의 주제들도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세포군체 사진을 쓴 논문들이 많았다. 다른 사진인 것처럼 보이게 아래위를 뒤집거나 일부를 잘라낸 것도 있었다. 도표의 설명문구가 똑같은 논문들 역시 많았다. 

이런 엉터리 논문들이 6개의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문제가 된 121편 중 113편이 '유럽 의학 및 약학 리뷰(European Review for Medical and Pharmacological Sciences)'에 실렸다. 리뷰 측은 WSJ에 문제가 된 논문들을 철회하고, 저자들에게 데이터에 관해 문의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의 분석에 따르면, 문제가 된 논문 중 한편은 2017년 이후 무려 50회 이상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됐다. 다른 3편의 논문들은 20회 이상 인용됐다. 이는 잘못된 논문이 다른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다.

빅 박사는 "이런 논문공장 생산품들이 과학 연구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것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과학은 과학 위에서 세워진다.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올려 벽을 세우는 것과 같다. 만약 1개의 벽돌이 좋지 않으면, 벽 전체가 무너질 수있다"고 말했다.

WSJ은 국제 과학계에서 표절과 엉터리 연구논문의 문제가 제기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발견을 서둘러 공유하려는 욕구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의학저널인 랜싯이 코로나 19 관련 논문을 철회했다. 수십명의 연구자이 이 논문의 데이터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

빅 박사를 포함한 일군의 연구자들이 중국 논문들의 신빙성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중국 소재 저자들이 쓴 논문 400편 이상에 같은 이미지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었다.

WSJ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학자들이 출세 또는 금전적 보상을 위해 논문 게재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지난해 윈난성의 한 의과대학은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면 4만2000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연구자들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센티브 시스템이 이른바 '논문공장'이 성행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알리바바의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는 연구논문 아웃소싱 서비스도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4200~2만8000달러를 내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있다.

중국 연구자들의 이런 엉터리 논문생산은 생명 과학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순수과학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빅 박사의 조사에 참여했던 익명의 연구자 2명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비 중국인 가짜 연구자들이 쓴 수학 논문이 저널들에 게재됐다가 이중 일부가 철회된 적이 있었다.

저널에 실렸다가 철회되는 학술논문들을 조사하는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의 공동설립자 이반 오란스키는 "중국은 '논문 발표냐 죽느냐'의 극단적인 버전"이라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의 학계가 비슷한 '현금 보너스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중국 경우엔 학술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논문을 쓰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지난 2월에는 각 대학 당국에 논문 발표를 평가지표로 과도하게 이용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있다고 WSJ은 전했다.

오란스키에 따르면, 학술지에 게재됐다가 철회되는 논문은 연간 약 1500편이나 된다. 20년전 약 40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규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란스키는 이 조차도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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