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감염보다 무서운 생계' 취약계층 덮친 코로나19 이중고

등록 2020.07.07 11:31:06수정 2020.07.07 16:56:3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주 118번 환자, 확진 통보에도 잠적 뒤 일터로 향해

취약계층 '감염·생계'에 신음…최근 소득 양극화 심화

'감염보다 무서운 생계' 취약계층 덮친 코로나19 이중고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격리되면 일 못하잖아요. 나가서 벌어야 해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잠적했다가 7일 일터에서 발견된 광주 118번 환자 A씨가 양성 통보를 받을 당시 보건소 관계자에게 한 하소연이다.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는 가뜩이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이다.

마스크·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은 품귀현상과 그에 따른 치솟는 가격으로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건설현장 일용직·영세 제조업체 등지에서 일하는 이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어 대면 접촉 위험이 늘 뒤따랐다.

이처럼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감염 우려가 높지만, 이들에게 코로나19보다도 당장 생계가 끊기는 것이 두렵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전 지구적인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일감마저 줄었다. 

취약계층이 그나마 취업 진입장벽 없이 일용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건설 현장도 때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보다 일감이 끊겨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눈앞의 현실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전날 확진 통보 직후 잠적했다가 이날 오전 전남 영광의 농수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발견된 A씨도 마찬가지다. A씨는 광주 동구 용산동의 주택에 홀로 사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다.
 
일용직 근로 알선사무실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는 동구 지역의 초등학교 시설 개선 공사를 맡았지만, 3일부터 사흘간은 마땅한 일감이 없어 외출하지 않았다.

지역 교회 관련 감염자(85번 환자)의 접촉자로 확인된 A씨는 전날 선별진료소를 방문, 이 같은 이동경로를 관계자에게 진술했다.

검체 채취 과정에서도 A씨는 '지난 사흘간 일감이 없었다. 병원에 격리되면 생계를 꾸릴 사람이 없다'며 감염 여부보다도 생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방역당국은 전했다.

A씨는 전날 밤 확진 통보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영광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지인인 인테리어 시공업자를 따라나섰다.

감염 위험 자체보다도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로 벼랑 끝까지 몰린 생계를 걱정하는 취약계층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통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감염보다 무서운 생계' 취약계층 덮친 코로나19 이중고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근로소득이 3.3% 줄면서 소득이 149만8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소득 최상위층인 5분위는 1115만8000원으로 6.3%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소득 하위 20%가 전체 분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A씨를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는 한편, 정확한 접촉자 규모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