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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개월…빼앗긴 일상, 짙어지는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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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16 12:00:00  |  수정 2020-07-27 09:14:40
감염 불안, 관계 단절, 생계 걱정으로 정신적 고통 늘어
일상의 변화 장기화…우울감·외로움·소외감·불면 호소
누적된 스트레스, 공격성·폭력성으로 표출될 우려도
질병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 수용하고 내 일상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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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코로나19 트라우마 심리상담.(사진=경남도 제공) 2020.04.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1 자영업자 신윤호(40·경기 성남시·가명)씨는 요즘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씨가 지난해 10월 분당에 문을 연 갈빗집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매출은 평소의 30%까지 떨어졌다. 5월 이후에는 손님이 조금 늘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영난에 7명이던 직원도 3명이나 줄였다. 이씨는 불안감과 답답함 때문에 매일 술을 마시고 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생활 리듬도 엉망이 됐고 일은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자 이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고민 중이다.

#2 프리랜서 앱 개발자 정승진(33·서울 마포구·가명)씨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불편하다. 평소 나가던 독서 모임 등 동호회 활동이 뜸해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과 몸을 부딪히거나 식당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얼마 전에는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온 사람에게 화를 내 큰 싸움이 벌어질 뻔 했다. 뉴스에서 '슈퍼 전파자'나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3 이미경(73·여·경기 안산시·가명)씨는 삶에 의욕을 잃었다. 이전에는 교회 모임에 나가거나 기체조 강습을 받으러 다니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요즘은 외출을 잘 하지 못한다. 가족들은 고령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교회 예배에 나가는 것도 만류하고 있다. 집에만 있다보니 몸도 정신도 둔해지는 것 같고,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러울 때가 많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들이 원망스러워 짜증을 내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여러 사람의 생계를 위협하고 관계를 단절했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매일 같이 쏟아지는 안전 안내 문자와 뉴스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공포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우울감·불안감 같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코로나 블루'라고 불린 이 현상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반의 정신 건강을 걱정해야할 수준까지 왔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울감·외로움·소외감·불면 호소 늘어

16일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화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후 대책위에는 매일 10통 가까운 상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나 외부 활동 위축으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담 전화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생활의 어려움이나 취업·생계·관계 등에 대한 상담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6월(5월28일~6월2일)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2%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조사결과(4월 10일~13일) 54.7%에 비해 14.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신과 진료는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게 의료인들의 설명이다.

주수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활동·운동량 등이 감소하면서 우울감·외로움·소외감·불면 증상들을 호소하면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며 "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내가 감염이 돼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악화돼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일상 생활에 지정을 받는 분들은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적응 장애 등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원래 병원에 다니시던 분들의 경우 일상 생활에 제한이 생기면서 갖고 있던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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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일 확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68분 이상일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CNN 인터넷판) 2015.07.17


◇누적된 스트레스가 공격성으로 표출되기도…사회 문제 우려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공격성이나 폭력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가 장기화되면 여러 사회적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아파트 입주민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택배 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와 범죄 발생과의 상관 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외출 제한으로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폭력이 최대 24%까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수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심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가정 불화가 악화 될 수 있다"며 "개개인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되고, 불안감이 더해질 경우 공격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실제적인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인터넷상에서 악성 댓글, 언어폭력 등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재난·재해가 발생하거나 치명적인 감염병이 유행하면 사회적으로 '마녀사냥'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에서도 국내외에서 특정 국가·인종·집단·종교나 특정 사건과 관련 있는 개인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초기에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강화되고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스트레스가 개인적·사회적으로 누적되면서 점점 희생양을 만들어내려는 심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큰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계층·집단 간 이해 관계가 있는 문제가 불거지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조성준 교수는 "사람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원인을 찾아내고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편안해지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어떤 집단 때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며 "처음에는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진이나 '덕분에 챌린지' 같은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화합하는 모습이었지만,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불거지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 수용하고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기…생활 리듬 유지가 중요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이 병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어려운 만큼 적절한 치료와 '마음 다스리기'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현실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에 적응을 하고 일상 생활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감염병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신 자신의 생활을 통제 가능한 활동들로 채워 이것에 집중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주수현 교수는 "직접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지라도 가족·친구·동료 들과 소통을 지속하는 것은 우울·불안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야외에서 햇볕을 쪼이면서 하는 운동들도 우울·불면 증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미디어·온라인 등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필요한 만큼만 얻고 시간을 정해두고 시청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지나친 정보의 추구와 자극적인 내용의 반복 시청은 불안감을 악화시킬 뿐이다. 대신 자신에게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시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생활로 신체 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조성준 교수는 "제때 자고 제때 먹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굉장히 틀에 박힌 이야기 같지만, 그것마저 안 하고 우울과 불안에 압도되기 시작하면 다 무너져 내리는 것"이라며 "그래서 원래 살아가고 있었던 삶은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때 자고, 제때 먹고, 가끔 운동도 하고, 친구를 만나서 영화도 보는 등 자신만의 삶의 일정이 리듬감 있게 돌아가는 사람은 한두개가 삐끗해도 원래 삶으로 돌아가기 쉽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안 먹고, 안 자다보면 어디서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게 삶의 사이클이 확 무너지는 경우가 쉽게 온다"고 부연했다.

우울감·불안감으로 일상 생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주수현 교수는 "직장 생활에 능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잦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 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 전업 주부의 경우 가사일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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