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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후쿠오카' 장률 감독 "현실은 영화보다 애매모호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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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26 06:00:00
재중동포 출신 열두번째 작품…'도시 3부작'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기
권해효·윤제문·박소담 출연...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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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률 감독. (사진=(주)인디스토리 제공) 2020.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 영화는 사랑의 영화라고 생각해요. 실제 우리의 현실은 어느 영화보다 애매모호하죠.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사람이잖아요."

장률 감독이 연출한 영화 '후쿠오카'는 장 감독의 '도시 3부작'의 마무리 격 작품이다. 영화 '경주',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 이은 작품으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바 있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았다.

책방 단골 '소담'(박소담)과 불쑥 후쿠오카에 도착한 '제문'(윤제문)은 작은 술집 '들국화'를 찾는다. 그곳은 28년 전 첫사랑 '순이'를 동시에 사랑한 '해효'(권해효)의 가게다. 이들은 동행이 되어 3일 낮밤 기묘한 여행을 시작한다.

장률 감독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후쿠오카'를 장소로 택한건 "친근하면서 매력적인 이름 때문"이라고 했다. "후쿠오카의 한자인 '복강(福岡)'을 풀이하면 '행복의 언덕'인데, 시 같은 이름이 좋았어요."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 작은 영화제등에 항상 초청되어 후쿠오카를 10년 정도 다녔다.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은 정서를 느낀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매번 등장하는 윤동주 시인과도 연결돼 있어, 복합적인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동주 시인은 중국에서 태어나 평양,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 중 건강이 악화돼 생을 마감했다.

'후쿠오카' 영화에는 윤동주의 시 두 편이 나온다. '자화상'과 '사랑의 전당'이다.

장률 감독은 "혹여 순이를 만날까 후쿠오카에 정착한 해효의 술집에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걸려있다"며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으로서 그는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 감독은 "후쿠오카는 '사랑의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사랑의 전당'을 썼다"고 설명했다.영화에서 해효의 술집에 모인 인물들은 윤동주 시인의 ‘사랑의 전당’을 읊는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로 마무리 되는 이 장면은 윤동주 시인과 장 감독의 세계관을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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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률 감독. (사진=(주)인디스토리 제공) 2020.08.26. photo@newsis.com

영화는 마치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린다. 공간과 시간, 언어의 경계를 넘나든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제문'과 '해효'는 옥신각신하며 대화하고, 그 속에서 '소담'은 중국인, 일본인과 한국말로 소통하며 의미심장한 말과 행동을 보인다.

 "실제 우리 현실은 어느 영화보다도 애매모호하죠. 보통 영화는 캐릭터를 쫓아가는데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현실에 너무 충실하게 담지 않았나 싶어요. 일상처럼 생각하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저는 어렵게 말하는 걸 싫어하죠. (어렵다는 건) 영화가 이래야 한다는 관념에서 오는 서로의 착각일 수 있죠."

28년 동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중년의 두 남자도 '현실적'이라고 했다. "저는 사랑의 범위를 넓게 생각해요. 사랑이 이뤄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죠. 사랑을 넘어 증오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사랑의 범위라고 봐요. 이뤄진 것만 아름답게 이야기할 순 없죠. 그래서 저는 현실에 충실한 거죠."

 '소담'이라는 캐릭터는 책방 단골에 21살에 교복을 입고, 두 남자를 꿰뚫어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률 감독은 "'소담'은 헌 책방과 어울리지 않지만 자주 온다.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점은 너무 중요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주류다. 이 젊은 친구가 옛날 정서와 지금의 정서를 연결하고 해결해주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극 중 인물들은 실제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세 배우의 본명을 사용했다. "사람 이름을 잘 못 짓는다. 배우들이 동의해주면 그 이름을 쓴다"는 장 감독은 "이상하게 이번엔 극 중 이름과 캐릭터들이 연결된다. 제문의 '문'은 서점에 있을 만한 사람, 해효의 '바다 해'는 후쿠오카가 바다 건너에 있지 않나. 소담은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외연이 넓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윤제문과 박소담은 장률 감독의 전작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 이어 출연했다.

 "보통 영화를 한 번 같이 하면 또 하게 된다. 작품을 하다가 '또 하고 싶다'고 말하면 저는 약속으로 생각하고, 그러면 그 친구들도 또 옵니다. 권해효씨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예의로 기회되면 같이 하자고 했다가 이렇게 됐죠. 실수한 거죠. 하하하."

'후쿠오카'는 차가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두만강', '망종'과 달리 산뜻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는 "공간이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2012년부터 한국에 살았다.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고, 삶이 변해잖아요. 현실의 삶이 좁아지다보니 상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 감독의 열두번째 작품이다. '경계인'으로 살아오며, 경계에 선 이야기를 주로 해온 장률 감독은 이를 의도하진 않는다. "시나리오의 결말도 미리 정하지 않지만, 제 눈에는 그런 사람들이 보인다"며 "출신은 숨길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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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후쿠오카' 메인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 2020.08.05 photo@newsis.com

27일 개봉하는 영화 '후쿠오카'는 해외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잇따라 받았다. 2019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 초청에 이어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제19회 뉴호라이즌국제영화제, 제29회 아시아 포커스 후쿠오카국제영화제, 제16회 홍콩아시안영화제, 제57회 히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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