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스티븐연·윤여정·한예리, 이민자의 삶 그려낸 '미나리'(종합)

등록 2020.10.23 17:37:1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

한국계 미국인 감독 자전적 이야기 투영

스티븐 연 "힘겨운 싸움한 아버지 이해"

윤여정 "감독 순수한 면에 출연 결정"

[서울=뉴시스]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23일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23일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 이민자의 삶을 그린 영화 '미나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 기자회견에는 리 아이작 정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가 참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온라인으로, 윤여정과 한예리는 부산에서 참여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마을로 이사온 아버지, 아칸소의 황량한 삶에 지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픈 어머니, 딸과 함께 살려고 미국에 온 외할머니의 이야기다.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대본 작업을 했을 때 소설 '마이 안토니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농장에서 살았던 경험을 쓴 내용이었고 본인의 기억에 진실되게 다가가려한 게 인상 깊었다"며 "저도 1980년대 기억을 되짚으며 진실되게 들여다보려 했고, 실제 제 가족들의 이야기가 투영됐다.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은 캐릭터를 배우들이 각각 새롭게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이 '미나리'인 까닭도 설명했다. 실제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미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심었고 농장에서 한국 채소를 길렀다고 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미나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미나리'가 자라는 모습이 나오고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미나리' 자체가 영화가 말하는 감정과 정서를 담고 있고 일상적인 면에서도 영화의 이야기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리 아이작 정 감독.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리 아이작 정 감독.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email protected]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도 "리 아이작 정 감독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미국 이주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제 경험도 비슷하게 녹아있다"며 "이민의 삶에 문화나 언어 등 여러 어려움이 있는데 감독님이 만든 내용을 보고 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진실되고 정직하게 만들면서 배우들이 창조할 수 있는 영역도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민자의 삶을 경험한 스티븐 연은 자신이 맡은 '제이콥' 역을 연기하며 본인의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감정을 느꼈고 그래서 가족들이 더 끈끈하게 결속했다"며 "'제이콥'은 제 아버지와 많이 닮아있다. 소위 '아메리칸드림'이라고 하지만 녹록지 않은 삶을 이겨내고 굉장히 힘겨운 싸움을 했다. 저도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촬영을 하면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다 연결되어 있고 혼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 힐링의 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 속에서 한국어 대사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도 보인다.

스티븐 연은 "사실 한국어 연기가 무서웠다. 윤여정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많이 꾸짖으셨다. '버닝' 때는 단조로운 톤으로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말해야 했다"며 "한국에서 온 이민자의 대표적 모습보다는 '제이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말할지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email protected]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배우들에게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최고의 배우들이라서 캐스팅했다. 윤여정 배우는 고약한 말을 하지만 사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캐릭터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한예리 배우는 외유내강의 '모니카' 역인데 영화의 중추적인 심장 역할로 연기를 믿고 작업했다"며 "스티븐 연 역시 '제이콥'을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사이'에 살고 있는 사람의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미나리' 출연 이유로 리 아이작 정 감독을 꼽았다.

윤여정은 "지금은 사람을 보고 일한다. 작품은 안 본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을 만났는데 마음에 들었다. 진지했고 요즘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순수했다. 한국말은 못하지만 김기영 감독도 알고 한국 영화도 잘 알더라. 인상이 좋았다"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감독이 쓴 줄 몰랐는데 실제 이야기 같았고,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우 윤여정.(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윤여정.(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20.10.23. [email protected]

또 "리 아이작 감독에게 본인의 할머니를 그대로 연기해야 되나 물었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믿음이 갔다. 흉내를 내라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더 큰 책임감이 든다. 그래도 저는 전형적인 모습은 하기 싫다"며 "(저예산이다보니)촬영하면서 말할 수 없이 고생했다. 숙소에서 다같이 살았다"고 밝혔다.

한예리도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인상이 좋았고 편안했다. 영어는 못하지만 소통이 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제 캐릭터인 '모니카'라고 생각했고, 감독님과 잘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치열하게 촬영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U.S. Dramatic Competition)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또 '제8회 미들버그 영화제(Middleburg Film Festival)'에서 배우조합상인 '앙상블 어워드(Ensemble Award)'도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