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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읽고 쓸 줄 아십니까"…인구총조사 예전엔 이런 것도 물었다

등록 2020.11.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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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생활 침해 논란에 질문 변천사 들여다보니

과거에는 아궁이·외양간 있는지 물어…시대상 반영

2005년 이산가족, 2010년엔 외국인 조사 항목 포함

올해는 '혼자 사는 이유' '반려동물' 문항 처음 등장

[세쓸통]"읽고 쓸 줄 아십니까"…인구총조사 예전엔 이런 것도 물었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규 교육은 어디까지 받았습니까?" "출산한 자녀 중 사망한 자녀가 있습니까?"

5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조사 항목이 56개에 달해 답변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가 감추고 싶거나 잊고 싶었던 민감한 질문이 다수 포함돼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휩싸였습니다.

통계청은 교육, 저출산, 고용 등 각종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들의 수요가 많은 '민감한 사항'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모든 통계의 기본이자 정책 수립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결혼 횟수, 장애등급, 소득, 주택담보대출 월 금액 등도 조사 항목에 포함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세계 모든 나라가 인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인구센서스를 5년 또는 10년 주기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5년마다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1965년에는 예산이 부족해 인구주택총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정확한 통계가 없어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워지자 이듬해 급하게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세종=뉴시스] 과거 인구주택총조사 홍보.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세종=뉴시스]  과거 인구주택총조사 홍보.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정책 수립의 기초로 활용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항목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 나라의 고민거리, 국민 삶의 모습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45년 해방 이후 인구조사에서는 일제 징용경험과 전쟁으로 인한 불구상태 등을 묻는 아픈 질문들이 포함됐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조사 항목에도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문항 일부를 살펴보면 '학교에 다닙니까', '어디에서 출생하셨습니까', '집 또는 거실에 대청마루가 있습니까', '라디오나 외양간이 있습니까', '집에 부엌이 있습니까' 등이 포함됐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궁이의 형태, 지붕 재료, 굴뚝 상태 등도 조사 항목에 들어갔습니다.

예산 문제로 뒤늦게 부랴부랴 실시된 1966년 인구주택총조사 항목은 15개로 간소해졌습니다. 1960년대 조사항목(37개)보다 22개나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마저도 '지난 1년간 출생아 수'가 새로운 조사 항목으로 추가됐습니다.

[세쓸통]"읽고 쓸 줄 아십니까"…인구총조사 예전엔 이런 것도 물었다


다소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글을 읽고 쓸 줄 아십니까'라는 문항은 1970년을 끝으로 조사 항목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해방 직후인 1945년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78%로 무척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1970년부터는 문맹이 거의 사라져 더 이상 조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1975년에는 경제활동을 묻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취업 여부, 종사상의 지위, 산업, 직업을 물었다면 이 시기부터 구직 활동 여부, 취업 형태, 취업 시간, 추가 취업 희망을 묻는 말이 추가됐습니다. 또 개인 소득을 묻는 문항도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1980년 조사에서는 수도권 등 대도시의 인구집중으로 교통 문제가 발생하자 통근 여부, 통근지, 이용 교통수단을 묻는 조사항목이 추가됩니다. 1985년에는 종교인구 조사항목이 포함됐습니다. 각 종교가 주장하는 교인 수를 합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보다 많아 정확한 실태조사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1990년에는 가구 소득을 묻는 내용이, 2000년에는 IT 활용이 활성화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상태, 개인 휴대용 통신기기 보유 여부를 묻는 내용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자동차 보유 대수와 주차시설을 묻는 문항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2005년에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라 이산가족 항목이, 2010년에는 외국인 조사가 실시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묻는 항목은 2015년에 새롭게 편입됐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항목이 시대상을 반영해 새롭게 등장했을까요?

올해 조사에는 혼인율이 감소하고 1인 가족이 증가하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는 질문들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혼자 산 기간이 얼마나 됐습니까', '부모, 배우자, 자녀 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까' 등의 항목입니다.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생활비 마련 수단을 묻는 내용도 있습니다.

[세종=뉴시스] 과거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조사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세종=뉴시스]  과거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조사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 조사는 인터넷, 모바일,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오는 18일까지는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태블릿 PC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누군가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질문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또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은 통계법에 따라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되고 있으며 응답한 자료는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게 암호화 및 수치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원들도 비밀엄수 의무에 서명하고 채용돼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통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무엇보다 통계청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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