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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하자 다시 목소리 내는 김여정, 북미 대화 촉각

등록 2020.12.09 0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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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 일정 시작하는 날 김여정 담화 발표

7월에도 카운터파트 논란 속 비공식 설전 사례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 2인자이자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9일 담화를 발표하며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날이라는 점에서 김 부부장이 담화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낸 표면적인 이유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다. 강 장관이 최근 중동 순방 중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 모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자 김 부부장이 발끈한 것이다.

강 장관은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지역 안보 대화인 '마나마 대화'에서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 질병을 통제하는 데 아주 강도 높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좀 이상한 상황(a bit of an odd situation)"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나는 코로나19 도전이 사실상 '북한을 보다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더 폐쇄적이 되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해선 거의 토론이 없는 하향식(톱다운) 결정 과정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 하고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 하고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이에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불쾌감을 드러내며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며 "그 속심(속마음) 빤히 들여다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강 장관과 김 부부장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공식수행원에 포함된 유일한 여성으로 인사를 하고 대화도 나눈 사이다.

강 장관이 김 부부장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다. 강 장관은 지난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한국 정부가 김여정 부부장의 미국 방문 주선을 계획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김 부부장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평택=뉴시스] 이영환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8일 경기 오산공군기지로 착륙하고 있다. 2020.12.08. 20hwan@newsis.com

[평택=뉴시스] 이영환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8일 경기 오산공군기지로 착륙하고 있다. 2020.12.08.  [email protected]

강 장관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방미하는 것이 정부에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하고 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강 장관 개인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임기 만료 전 고별 방문 중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최종건 제1차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갖는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할 때 김 부부장이 한미 간 논의를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담화 발표시점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지난 7월에 충돌한 바 있다.

[빌뉴스(리투아니아)=AP/뉴시스]지난 8월24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리투아니아의 리나스 린케비시우스 외무장관을 만난 뒤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도를 방문하고 있는 비건 부장관은 12일 중국을 "방 안의 코끼리"라고 말하며 중국의 부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2020.10.13

[빌뉴스(리투아니아)=AP/뉴시스]지난 8월24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리투아니아의 리나스 린케비시우스 외무장관을 만난 뒤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도를 방문하고 있는 비건 부장관은 12일 중국을 "방 안의 코끼리"라고 말하며 중국의 부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2020.10.13

비건 부장관은 지난 7월8일 "김정은 위원장이 나와의 협상 대상을 임명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협상 준비가 돼 있고 협상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에 협상 대상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부부장은 3일 뒤인 7월10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 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해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향후 비핵화 협상 방침까지 밝혔다. 이를 통해 김 부부장은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음을 과시했었다.

이처럼 김 부부장이 비건 부장관 방한에 맞춰 담화를 낸 가운데 오는 11일까지 이어지는 방한을 계기로 그간 꽉 막혔던 북미 간 대화에 영향이 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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