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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 없는 천사, 21년째 나눔 "코로나 이겨냅시다"

등록 2020.12.29 16: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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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7012만8980원과 함께 74자의 짧은 글

21년간 22차례에 걸쳐 7억3863만원 기부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복 많이 받으세요"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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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 한훈 기자 =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29일 오전 현금 7012만8980원과 함께 74자의 짧은 글을 남기고 예년과 같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날 노송동주민센터에는 지난해와 같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40~50대 중년남성은 "전주삼마교회 뒤편에 A4용지 상자를 두고 갔다"면서 21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왔음을 알렸다.

이 센터 직원이 찾은 A4용지 상자 속에는 동전이 가득인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돈다발(1400장)이 담겨있었다. 돼지저금통을 가르니 10원권 128개와 50원권 24개, 100원권 575개, 500원 138개가 우르르 쏟아졌다.

기부를 위해 하루하루 모은 정성이 돼지저금통 속 동전에 묻어났다. 그리고 74자의 짧은 글귀가 담긴 A4용지도 발견됐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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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에는 고작 74자의 글자가 전부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들어하는 시민을 걱정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는 내용의 글귀가 담겼다. 또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면서 우회적으로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기부금이 쓰이길 희망했다.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면서 지난해 기부금 도난사건을 언급했다. 올해 기부금을 합해 21년 차 22번째에 걸쳐 선행한 기부액만 웬만한 아파트가격을 웃도는 7억3863만원에 달한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지난 2000년 시작됐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심부름을 왔다면서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노송동주민센터에 두고 갔다.

이후 노송동주민센터에는 매년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벨이 울렸다. 때론 20대 여성부터 어느 때는 40~50대 중년남성까지 목소리를 변해도 선행은 계속됐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선행으로 5775세대에 연탄과 쌀, 현금 등이 전달됐다.

올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기부금도 사랑의 공동모금회에 전달돼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녀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에 사용된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7012만 8980원의 성금과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보내왔다. 2020.12.29. (사진=전북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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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얼굴 없는 천사의 21년간의 나눔 실천은 일대 변화도 가져왔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했다. 주변 6개동이 함께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비’가 세워졌다. 주민센터 주변에는 기부천사 쉼터와 천사기념관 등도 만들어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왔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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