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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피 3000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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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06 14:44:41  |  수정 2021-01-08 17: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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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승주 금융증권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어느 주린이(주식 어린이)의 얘기다. 그는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3개월이 채 안 된다. 주식처럼 위험한 건 절대 안 한다며 버티던 그는 지금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하게 된 계기는 친구들에 있다고 한다. 이제 그는 하루종일 지인들과 주식 얘기만 한다. 무수한 카카오톡 채팅방이 종목토론방으로 바뀐 느낌이다.

실제 종목 토론방을 들여다보면 유머 게시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대화 내용이 "박셀바이오, 이름처럼 박살날 것 같아서 안 샀는데 계속 상한가네", "씨젠도 그렇고 이름 신기한 기업이 대체로 많이 오르네"와 같은 식이다. 누군가 종목을 추천하면 우선 급히 사고난 뒤 뭐하는 회사인지 찾아봤다는 사연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신풍제약이 급등할 때 신풍제지도 덩달아 올라 화제가 됐다. 한미약품이 오르자 한미글로벌도 올랐는데, 신풍제지와 한미글로벌은 이름만 비슷할 뿐 별개 회사다.

코스피는 연일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65년 역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넘기도 했다. 전세계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게다가 새해 들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이 단 하루 만에 3조원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개인들이 계속 역대급 규모로 주식 투자금을 장전하고 있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와 미디어는 'K-방역의 힘', '동학개미의 승리'라며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행복이 얼마나 갈지 의문이다. 개인들의 투자 상당부분이 '빚'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를 이끈 주역 중 하나는 공모주였다.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행렬이 계속되자 앉아서 최소 160%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청약 경쟁은 '쩐의 전쟁'으로 흘러갔다. 증거금 1억원이 있어도 1주도 못 받을 정도가 되자, 우선 배정부터 받고 보자며 너도나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을 감행했다. 청약이 끝난 뒤 돌려받은 증거금은 고스란히 예탁금으로 쌓이면서 이는 다음 주식 투자를 위한 총알이 됐다. 그렇게 쌓인 예탁금은 역대 최고치인 70조원을 육박한다. 주식을 담보로 단타 투자하는 '빚투'도 늘었다. 작년 말 신용공여 잔고도 사상 최고치인 19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증시가 거품인지 아닌지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어 무분별한 투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린이의 투자 상당부분이 대출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상위권 종목은 모두 제약·바이오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연구개발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투자하는 종목이다 보니 변동성이 크고, 용어와 내용 자체가 어려워 '묻지마 투자' 대상이 되기 쉽다. IPO(기업공개) 대어로 여겨졌던 빅히트는 기대와 달리 기타법인의 대량 매도세로 상장 후 주가가 급락했다. 남들 다 돈 벌고 빠질 때 피해를 본 투자자 대부분이 주린이였다.

지금은 저금리에 이자부담은 없는 반면 주가는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아무리 왕초보 주린이라도 내 돈 들이지 않고 앉아서 돈 벌기 딱 좋은 투자환경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닥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저금리 기조는 영원히 계속될 수 없으며 유동성의 힘으로 오른 지수가 계속 상승만 할 순 없다. 게다가 지수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공매도의 재개 시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가 막히면서 거대 자금이 지금은 증시로 흘러들어오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 유턴할지 모른다. 과연 '빚투'에 '묻지마 투자'한 주린이는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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