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타계, 다시보는 '물방울 그림'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1-08 06:00:00  |  수정 2021-01-08 08:31:17
케이옥션 1월 경매에 4점 출품
1983년작 20호 '물방울' 추정가 5000만~8000만원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창열, 물방울 SH840021983,마포에 유채72.7×60.6cm (20호),추정가 5000만~8000만원.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 5일 숙환으로 92세로 타계한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 경매에 출품돼 눈길을 끈다.

케이옥션이 2021년 새해 첫 경매로 20일 여는 1월 경매에 10호, 20호, 50호등 4점이 경매에 오른다.

2000년, 2013년, 2018년에 그린 최신작 물방울이 영롱한 작품과, 1983년에 그려진 흐를듯 맺혀진 물방울 그림이다.

추정가는 1983년 작품이 가장 높다. '물방울 SH84002'는 72.7×60.6cm (20호)크기로 5000만~8000만원에 작품값이 매겨졌다.

출품작을 살펴보면 4점중 물방울이 가장 많이 맺혀있다. 물방울이 많아서 비싼건 아니다.

2003년에 그린 '물방울 SA03014-03'도 추정가는 5000만원이지만 크기가 다르다. 이 작품은 1983년작품보다 2배나 큰 72.7×116.8cm (50호)크기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현재 미술시장에서 김창열의 물방울은 70년대와 80년대 시기의 작품이 인기다. 뉴시스 케이아트프라이스(kartprice.net)'가 분석한 작품가격에 따르면 '물방울 그림' 최고가 10순위 중 9점이 모두 70년대 중후반 작품이다.

이 시기 물방울은 영롱하면서 견고하고, 화면 전체를 균일하게 꽉 채운 구성미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창열(1929 - 2021)물방울 SA03014-03, 2003마포에 유채72.7×116.8cm (50호)5500만~7000만원.

故 김창열 화백 '물방울 그림'은 지난 5년간 455점이 경매에 나와 357점 팔렸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약 173억원의 매출로, 낙찰총액 7위를 기록했다. 국민화가 이중섭(8위)을 넘은 기록으로 호당 가격은 23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고 낙찰가는 2016년 케이옥션 홍콩경매에서 5억1282만원에 낙찰된 '물방울' (195×123cm)로 1973년 마포에 유채로 그린 그림이다. 이는 서울옥션·케이옥션등 국내 미술품경매사 10여 곳에서 거래한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다.

물방울 그림은 제작 시기와 물방울 상태에 따라 가격 편차도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술시장에서 100호 기준, 제작년도에 따라 10배 이상의 큰 폭으로 차이난다.

현재 70년대 중후반 6~8억선, 80년대 이후 7000만~1억선이다.

물방울이 줄고 여백이 늘어난 2010년 이후는 7000만~8000만원에 형성되어 있다. 2000년 전후의 ‘한자’시리즈는 시장에서 선호도가 낮은 편으로 집계되어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창열, 물방울 SA201806, 2018, 마포에 유채, 45.5×53cm (10호), 2500만~3000만원.

타계후 처음으로 경매에 4점이나 케이옥션에 나온건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은 국내 8개 경매사중 케이옥션에서 가장 많이 거래됐고 낙찰실적도 높다. 김 화백은 생전 케이옥션의 모체였던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과 전시 의리를 지켰다. 

1976년 첫 전시이후 13회에 걸쳐 현대에서만 개인전을 열었다. 2020년 갤러리현대에서 물방울과 함께 문자의 도입과 전개 양상에 초점을 맞춰 기획한 'The Path(더 패스)'전이 생전 마지막 개인전이 되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창열, 물방울 SB200011,2000, 마포에 유채, 72.7×60.6cm (20호)추정가 2500만-4500만원.

김창열 화백은 누구
'물방울 화가'로 유명했던 김창열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과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상징하는 천자문을 캔버스에 섬세하게 쓰고 그리며, 회화의 본질을 독창적으로 사유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물방울 그림'은 1970년대 탄생했다. 김창열 화백이 젊은 시절인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살던 때였다.

파리에서 약 15km 떨어진 팔레조의 낡은 마구간에 아틀리에와 숙소를 마련하면서다. 작업실에 머물며 작품에 정진하던 중 아내 마르틴 질롱(Martine Jillon) 여사를 만나 결혼한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어렵게 생활하던 시절, 작가는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뒷면에 물을 뿌려 물감이 떨어지기 쉽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화폭에 맺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삼기 시작했다.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처음으로 ‘물방울 회화’ '밤의 행사(Event of Night)'(1972)를 공개했다. 1973년 놀 인터내셔널 프랑스에서 물방울 회화만을 모은 첫 프랑스 개인전을 개최, '물방울 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프랑스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는 1976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 처음 물방울 회화를 선보였다.
50년 넘게 물방울이라는 소재에 천착한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초기 물방울 회화에서 물방울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 정화와 치유의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1980년대 작가는 캔버스가 아닌 거친 마대를 사용해 표면의 즉물성(卽物性)을 강조하고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마대라는 날것의 바탕에 그려진 물방울의 이질감이 강조되면서 실제 물방울의 물질성은 사라지는 효과를 얻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자의 획이나 색점, 색면 등을 연상시키는 '해체' 연작을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동양의 정서를 끌어들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자를 물방울 회화에 도입한 '회귀(Recurrence)' 연작을 본격적으로 그리면서, 천자문과 도덕경을 통해 동양 철학의 핵심적 사상을 담아내려는 의지를 더욱 강조했다.

1990년대에 만발한 '회귀' 연작은 돌과 유리, 모래, 무쇠, 나무, 물 등을 재료로 물방울 회화를 설치미술로 확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노랑, 파랑, 빨강 등 캔버스에 다양한 색상을 도입하며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하며 2019년까지 붓을 놓치 않았다.

50년 넘게 물방울이라는 소재에 천착한 그는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것을 물방울로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분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虛)’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열은 국립현대미술관(1993), 사마모토젠조미술관(1998), 쥬드폼므미술관(2004), 중국국가박물관(2005), 국립대만미술관(2012), 광주시립미술관(2014)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 및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리움미술관 등 전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특히 그의 작품 200점을 기증해 지어진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2016년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지구에 개관했다. 타계 후 미술관이 지어지는 것과 달리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을 맞이한 '행복한 작가'였다.

한편 케이옥션 1월 경매 출품작은 오는 9일부터 서울 강남 압구정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직접 볼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