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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판 뺨친 체육대통령 선거…신임 회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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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18 18:27:53  |  수정 2021-01-18 1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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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제41대 대한체육회장이 탄생했다. 회원종목단체, 체육회 대의원, 시·도 체육회, 임원과 선수, 동호인 등 무작위로 선정된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었다.

이기흥 회장은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총 1974표 중 915표를 얻어 46.35%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지만 체육계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 과정은 구태의연하다는 표현조차 무색할 정도로 어수선했다. 한국 체육계 발전을 주도하겠다던 후보자들은 시종일관 헐뜯기와 고소·고발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이는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기흥 회장, 강신욱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이상 기호순) 등 총 4명.

일찌감치 '이기흥 vs 반 이기흥'의 프레임이 형성된 선거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일부 후보가 보여준 행보는 현실 정치에서 보던 '판 흔들기'를 연상케 했다. 

선거 초반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7일 체육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종걸 후보는 그날 저녁 다른 후보인 강신욱 교수와 만나 지지 의사를 표하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고심어린 결단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종걸 후보는 하루 뒤인 28일 후보 등록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불출마 의사를 번복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후보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후보자들간 자격 시비가 격화되고 급기야 형사고발까지 가는 진흙탕 선거양상으로 발전했다.

이종걸 후보는 재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후보를 체육계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더니 급기야 직권남용 및 공금횡령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기흥 후보가 과거 수영연맹 회장직을 맡는 동안 딸을 연맹에 위장 취업시켰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이기흥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로 이종걸 후보를 맞고발했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도덕적 흠결이나 위법적 행위에 대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후보 검증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고발까지 가는 의혹 제기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얘기를 들었다"며 카더라식 주장을 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로 비춰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 후보는 또 선거 막바지에는 1조원을 조달해 10만명의 체육인에게 100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놨으나 상대 후보들로부터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 또한 체육인들을 위한 비전 제시와 정책 검증보다는 선거 공학적 접근과 상대 후보 비방에 주력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으로 시작된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등 국제종합경기대회 선수단 파견, 각종 경기단체 회원단체 구성 등 한국 체육계를 상징하는 단체로 그 위상이 막강하다.

더군다나 지난 2009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완전 통합되면서 대한체육회장은 그야말로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됐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자격으로 IOC위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선거 기간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싸움은 이제 끝났다.

이기흥 당선인은 상대 후보와의 싸움에 소진했던 힘을 체육계 현안 해결을 위해 썼으면 한다.

표심에 눈먼 공수표 남발이란 비난들을 맘껏 비웃으며 보란 듯이 모든 공약들을 이행해주길 바란다. 표를 얻는 과정에서 상처난 갈라진 체육계를 하나로 묶는 것도 이 당선인의 몫이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 어떤 혈투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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