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조롱·공격한 그들…인권위 판단엔 '침묵'
피해자 측 주장 거짓이나 억지로 몰았던 이들
인권위 조사, 성희롱 의혹 일부 간접 규명되자
오성규 전 실장은 "유감" 대부분은 '침묵' 유지
'피소사실 유출 의혹' 남인순 "피해자에 사과"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성희롱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2021.01.25. [email protected]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인 26일, 이들 중 대부분은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인권죄 조사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전날(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 비서 A씨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인권위가 지난해 8월 박 전 시장 의혹을 살펴볼 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2회 면담조사 ▲총 51명의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 ▲서울시·검찰·경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 신뢰도를 높였다.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피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직접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인권위는 가장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조사 결과가 그동안 의혹으로 남아 있던 박 전 시장 의혹을 간접적으로 규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A씨를 사실상 공격하며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이들은 다시 여론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시장위력성폭행사건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인권위는 정의로운 권고를'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게 제대로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1.01.25. [email protected]
진 검사는 지난해 7월 자신의 SNS에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고 적었다. 사실상 A씨를 비꼰 것이다. 이 때문에 진 검사는 피해자 조롱 논란에 휩싸였지만, 지난 1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꽃뱀은 왜 발생하고, 수틀리면 표변하는가'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 검사는 이번 인권위 조사에 대해서는 이날 오전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성추행 의혹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진 검사와 달리 이번에도 인권위 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오 전 실장은 "인권위 결정은 성희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피조사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실장은 경찰이 지난해 12월30일 서울시 전·현직 직원들의 성추행 방조 등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로 결론 냈다고 발표하자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직접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방조 혐의 역시 법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확인이 불가능해 불기소 결정이 난 것임에도 A씨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단정 짓는 표현을 쓴 것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해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SNS에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고소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김 교수는 지난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음란문자의 실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등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 역시 인권위 조사 결과에서 대체로 그 실체가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이 관련 입장을 어떤 식으로 내놓을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한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의견을 냈다. 남 의원은 현재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유출해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입장문에서 남 의원은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면서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특히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