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신호등 먹통탓 교통사고…"지자체도 배상책임"
공사 진행중 전기연결 안해 신호등 미작동
자전거 들이받아 총 12억2900여만원 지급
"경기도, 조명시설 설치안해" 구상금 소송
법원 "조명시설 있었다면 사고 안났을 것"
"경기도 공동배상 책임" 2억4천만원 지급
A씨는 2016년 8월16일 오후 8시10분께 경기 평택시의 삼거리 교차로 내를 통과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반대차로에서 옆길로 가기 위해 비스듬히 횡단하던 B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척추 신경 완전마비, 흉추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교차로 내에는 도로확포장공사 일환으로 설치한 신호등과 가로등이 있었으나, 아직 주변 전신주로부터 전기연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이 사고 관련 B씨와 모친은 A씨가 가입한 H화재보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총 8억8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확정 후 H화재보험은 B씨와 모친에게 치료비와 판결금으로 총 12억2900여만원을 지급했다.
H화재보험은 운전자 과실에 더해 이 사건 교차로에 관련 법령에 따른 교통안전시설, 조명시설, 공사 중 안내표지판, 시선유도 등을 설치·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기도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과실이 이 사건 사고에 기여한 비율은 5대5로 봄이 상당해 경기도가 공동 부담해야 하므로 B씨와 모친에게 지급한 12억2900여만원 중 6억14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구상금 소송을 냈다.
반면 경기도 측은 이 사건 사고는 A씨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일 뿐, 사고 당시 가로등과 신호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행하는 등 이 사건 도로에 대한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H화재보험이 경기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사고지점 및 부근 도로상에서는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인근 주민들로부터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며 신호등 정상 작동을 요청하는 민원이 증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도 2016년 7월26일 평택경찰서에 교통신호 등 신호부여를 위한 사전협의 요청을 한 바 있는 등 이 사건 교차로에서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산하 건설본부는 불량한 선형구조와 교통문제 해소를 위해 도로확포장 공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공사에 착수했으나 수차례 준공이 연기돼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인 2016년 10월에서야 전기 사용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 사고 당시 사고지점 전주에는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고, 바로 옆 가로등에는 전기가 공급되고 있어 전기공사 완료 전이라도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임시적으로 가로등을 작동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교차로 부근과 교차로 내 임시적으로 국부 조명시설이 설치·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감소됐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 사건 도로의 교차로와 주변 도로에 신속히 관련 법령에 따른 조명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상 하자"라며 "경기도는 공동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구상 범위에 대해 "A씨의 전방주시태만, 교차로에서의 일시정지 또는 서행의무 위반인 점 등을 종합해 경기도의 부담 비율을 20%로 봄이 타당하다"며 2억4580여만원을 H화재보험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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