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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젊고 현대적인 '햄릿'…국립극단 온라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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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28 13:20:40  |  수정 2021-02-28 15: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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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1.02.2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젊고 현대적인 해석, 이봉련의 열연, 모던한 무대. 지난 25~27일 국립극단이 온라인극장으로 처음 선보인 연극 '햄릿'은 랜선으로만 보기에 아깝다. 애초 지난해 말 오프라인에서 초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이번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셰익스피어 '햄릿'은 그간 아우라로 인해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햄릿'에 대한 여러 변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새 각색·부새롬 연출이 만난 이번 국립극단 '햄릿' 버전은 특히 공감대를 형성한다. 햄릿은 파국적 상황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뇌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인정받지만, 고전 속 우유부단한 인물형으로 낙인이 찍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와는 멀다는 인식이 짙었다. 

하지만 '여성 햄릿', 즉 이봉련의 햄릿은 저돌성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녀는 부친의 복수,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칼싸움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으로, 이봉련의 박진감 넘치는 칼싸움도 햄릿의 그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하지만 그 적극성이 무지막지한 공격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죽을 것 같은 상황, 죽어야만 할 거 같은 상황에서도 햄릿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건 '생명력의 햄릿'으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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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1.02.2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햄릿은 복수를 하는 가운데서도 모친 거트루드에게, 한 때 애정을 주고받았던 오필리어에게, 친구 호레이쇼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구조의 신호를 보낸다.

그건 복수의 칼날이 단순히 몸을 겨누기보다 감정을 겨냥하기 때문이리라. 성별이 여성으로 바뀐 것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햄릿은 삶의 궤도에서 이탈했지만, 처음부터 완전한 죽음에는 이르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힘겨움을 보여주며, 햄릿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 것이 이번 연극의 큰 장점이다. 매번 처절하게 진심을 다해 울부짖고 싸우는 이봉련이 처절함이 그래서 이 연극에 알맞다.

'젠더프리'의 좋은 사례다. 이봉련 햄릿은 "착한 공주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쁜 공주는 뭐든 할 수 있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대 갈등 요소를 부각시킨 것도 이번 '햄릿'이 기존 '햄릿'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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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1.02.2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왕인 형을 독살한 뒤 왕좌와 형수까지 뺏었지만 역시나 기성세대인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비롯한 젊은이들을 무시하며 "청춘은 그 자체가 허위이자 사기"라고 일갈한다. 햄릿에게는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며 꼰대질을 한다.

반면 이번 '햄릿'에서 젊은이들은 대부분 예술가들이다. 오필리어는 화가, 그(이번 '햄릿'의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설정)의 형인 레어티즈는 음악가다. 클로디어스는 "이러다 이 나라가 예술회관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가난한 젊은이들은 사회 시스템의 가장 약한 고리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무시하는 클로디어스의 장면은 더 고통스럽고, 청년들이 아픔을 겪는 이 시대를 자연스레 반영한다.

고전을 통해 이 시대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국립극단의 이번 '햄릿'은 그래서 현대적이다. 햄릿은 죽기 직전 호레이쇼에게 이렇게 말한다. "꼭 살아남아서 현재가 우리를 얼마나 망쳐놓았는지 기억해줘."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흙과 조명으로 모던한 세계를 창조한 여신동 미술감독의 무대도 이 작품의 세련됨에 기여했다. 극의 마지막, 파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죽은 자들이 하나둘씩 무대 뒤편의 구덩이로 뛰어들 때 관객은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역병으로 비대면 수업이라 햄릿을 찾을 수 있었다는 친구들, 광대들이 햄릿이 연출한 연극을 위해 등장할 때 흐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오프닝 음악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When You Wish Upon a Star)'의 변주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부임하기 전 결정됐던 작품이다. 그런데 김 감독이 이전에 몸 담은 서울시극단에서 김은성 작가와 함께 '햄릿'을 21세기 한국의 여성 캐릭터로 변신시킨 '함익'을 선보인 적이 있던 터라, 시너지가 기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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