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길어질수록 우울증·자살충동 위험 커진다
고대 안암, 주당 근로시간과 우울증 상관관계 분석
여성·저소득 근로자, 장시간 근로 위험성 더 커져
【영동=뉴시스】이성기 기자 = 30일 오전 충북 영동 전통시장 내 저소득층 자활사업장 '두손식품'에서 자활 근로자가 두부를 만들고 있다.2017.05.30(사진=영동군 제공) [email protected]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의 2014, 2016, 2018년의 자료를 이용해 19세 이상 성인 근로자 7082명(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 근로자 포함)을 대상으로 주당 근로시간과 우울증상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22일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근로자들의 사회·경제적 특성, 근로조건, 건강 관련 특성 등의 정보와 우울증 평가도구(PHQ-9)로 우울증상을 평가해 분석했다.
주 40시간 근로자를 기준으로 주 53~68시간 근로자의 우울증상 위험은 1.69배 높았고, 주 6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우울증상 위험은 2.05배, 자살충동의 위험은 1.93배 높았다.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충동의 위험이 0.55배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근로시간과 우울증상, 자살충동 간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우울증상과 자살충동은 성별과 소득수준에 따라 편차가 더 컸다. 여성과 저소득 근로자의 경우 위험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성은 주 35~40시간 근로자에 비해 주 53시간 이상 근로자에서 우울증상의 위험이 1.69배 높은 반면, 남성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우울증상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주 35~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저소득 근로자는 주 53시간 이상의 근로가 우울증상 위험을 2.18배 증가시키는 데 반해 고소득 근로자에서는 1.61배 증가시키는 데 그쳤다. 자살충동의 경우 저소득 근로자는 주 53시간 근로가 자살충동의 위험을 1.67배 증가시켰지만, 고소득 근로자에서는 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여성의 가사분담율이 높은 가운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사와 양육의 부담을 남성보다 더 많이 지게 돼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없다고 느껴 우울증상이 야기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높은 소득수준 자체가 장시간 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충시키는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고, 가사도우미 고용과 같은 ‘가사노동의 외주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켰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 교수는 “워라밸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았지만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며 “장시간 근로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부터 재충전할 시간을 줄어들게 해 번아웃 증후군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근로의 악영향은 여성이나 저소득 근로자와 같은 취약계층에서 더욱 클 수 있다"며 “기업이나 정부는 여성과 저소득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와 가사, 육아의 이중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 ‘저널 오브 어펙티브 디스오더스(JAD)’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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