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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 김환희·김수하 "외롭고 힘들지만, 성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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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3 08:35:49  |  수정 2021-05-10 09:19:42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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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을 맡은 배우 김환희(오른쪽), 김수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30.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니를 연기하면서 시각이 좀 더 넓어졌어요.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김환희)  

"연습 기간 동안 제니처럼 외롭고 힘들었는데, 그 만큼 얻은 게 많아 뿌듯해요. 공연이 끝나면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김수하)

차세대 뮤지컬배우들로 통하는 김환희(30)·김수하(27)가 오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포미니츠'(작곡 맹성연·대본 강남·연출 박소영)에서 주인공 '제니' 역을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김환희와 김수하는 각각 2019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와 2020년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포미니츠'는 독일의 실존인물 거트루드 크뤼거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명 영화(2006)가 원작인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 나서 주목 받았다.

작품에서 양부에게 학대당하고 건달 남자친구의 죄를 뒤집어쓴 뒤 교도소에 들어온 '제니'는 길들여지지 않는 짐승처럼 사납다. 그녀는 2차 대전 중 동성 애인을 눈앞에서 잃은 '크뤼거'(김선경·김선영)로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위로를 받는다. 동시에 자아를 강화하며 성장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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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을 맡은 배우 김환희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4.30. dadazon@newsis.com
김환희와 김수하는 그런 제니의 삶을 함께 버텨내고 있다. 김환희의 제니는 이성적이라 더 애틋하고, 김수하의 제니는 본능적이라 더 애절하다.

"제니가 처한 상황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어요. 저로서 다가가면, 그녀를 이해를 할 수 없었거든요. 제니를 연기하면서 심하게 끙끙 앓았죠. 두통이 오고, 스트레스도 받고, 저를 억압하고 모든 걸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발버둥치고. 그러면서 대사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에 명분과 이유를 담으려고 했습니다."(김환희)

"제니는 피아노를 사랑하고, 연주하고 싶어하는 아이인데 아빠의 잘못된 교육 방식 때문에 갈등을 겪죠. 여러 소중한 것도 잃고요. 그런 결핍이 있다 보니까 표현 방식도 서투르고, 자신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게 겉으로 표현되기도 하고요. 제가 경험했던, 상처 받은 것들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몸이 혹사되더라고요."(김수하)

한 때 피아노 천재로 통했으나, 세상과 불화하는 감정을 토로하는 제니는 자유로운 현대곡만 연주하려 한다. 그녀의 감정이 화룡점정하는 순간은 영화·뮤지컬에서 모두 유명한 마지막 '4분 장면'이다. 제니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시작해, 광적인 연주를 보여준다. 일어서서 피아노 줄을 할퀴거나 두드리고 발을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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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4.30. dadazon@newsis.com
김환희와 김수하는 작년 10월부터 맹성연 음악감독과 함께 '특훈'에 돌입했다. 김환희는 "마지막 4분의 연주 장면은 어디 하나에 치우칠 수도 없었고, 균형이 중요했어요. 피아노 연주, 감정 표현, 움직임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었죠. 그래서 빨리 빨리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내고 밀도 있게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수하는 "마지막 4분 연주 장면은 모든 스태프들이 끊임없이 수정을 하고, 동선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냈어요.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피아니스트가 함께 장면을 만든다), 더 제니다움에 고민을 했는데 그 장면엔 그녀의 어렵게 견뎌낸 시간들이 담겨 있다"고 봤다.

청춘 이면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압축한 제니를 연기하기 이전부터, 김환희와 김수하는 아픔과 희망을 간직한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2015년 '판타지아'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김환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의 앙상블을 거쳐 '투모로우 모닝', '아빠가 사라졌다' 등에 나왔다.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해 2018년 공연계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멜리아'로 여자신인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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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을 맡은 배우 김환희(오른쪽), 김수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30. dadazon@newsis.com
'어린왕자'와 '머더러'로 팬덤도 거느리게 됐다. 특히 '숏컷'을 한 이후 '잘 생겼다'는 평도 들으며 여성 팬들도 부쩍 늘었다. 이후 앙상블에서 주목 받는 배우가 된 자신과 닮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소여, 뮤지컬 '킹키부츠'의 명랑하고 소탈한 로렌 등도 맡았다.

김환희는 "크뤼거가 '너라는 사람을 강물에 흘려보내지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남을 위해서가 아닌 저를 위해서 더 즐거운 것을 찾고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재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모든 출연자들이 여성이라 주목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김환희는 "여성서사 극이 실험적으로 받아들여지다 이제야 조금씩 자유를 얻고 있지만, 더욱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수하는 영국 런던에서 내공을 다진 배우다. 지난 2015년 웨스트엔드의 대형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킴 커버로 데뷔한 뒤 4년 동안 무대에서 오직 킴으로만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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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을 맡은 배우 김환희(오른쪽), 김수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30. dadazon@newsis.com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진' 역을 맡아 호평을 들었다. 작년 국내에서 두 번째 출연한 뮤지컬 '렌트'의 '미미' 역으로 올해 초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주연상을 받았다.

김수하는 "'진' 같은 캐릭터를 볼 수 있어서 많은 여성 관객분들이 '시원하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남자 캐릭터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인물을 얼마나 보고 싶어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에 선택한 미미도 그렇고, 포미니츠의 제니도 그렇고 주체적인 캐릭터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잖아요. 관객분들이 제니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 책임감이 들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은 열린 결말이다. 제니가 무대 위에서 자족하는 아름다운 자유를 보여준 이후의 삶은 그려지지 않는다. 이제 피아노가 아니 자신의 삶을 연주해야 할 제니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너를 버려두지 마!"(김환희) "당당하고 멋지게 네 삶을 살아. 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투어를 다닐 수 있을 거야."(김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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