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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화이트 감독 "이 영화 만들면서 두 발 뻗고 못 잤어요"

등록 2021.07.28 18: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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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전말 다룬 영화 '암살자들' 개봉
살해 용의자 여성 두 명은 어떻게 석방됐나
"수천장 자료 분석에 수천시간 CCTV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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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라이언 화이트 감독.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017년 2월13일 오전 9시께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이 암살된다. VX라는 화학 무기를 써 김정남을 공공장소에서 보란듯이 살해한 이들은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 여성 도안 티 흐엉.

국내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이 암살에 북한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이 있을 거라는 추측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검찰은 도안과 시티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북한이 키운 공작원인가, 아니면 청부살인업자인가.

그런데 이후 재판 과정을 거치며 2019년 3월에 시티가 석방돼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고, 같은 해 5월엔 도안 역시 석방돼 모국인 베트남으로 간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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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기까지가 국내 관객 대부분이 이른바 '김정남 암살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일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감독 라이언 화이트)은 이런 관객들을 위해 시티와 도안이 김정남을 살해하고도 석방된 이유를 추적해 보여준다. 일단 이렇게 정리하자. 실제로 벌어진 이 이야기는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이 작품을 만든 라이언 화이트(Ryan White) 감독이 8월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아마도 이 사건에 가장 익숙할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며 "한국에서 개봉되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2017년 2월 사건이 발생하고, 그해 하반기에 화이트 감독의 지인이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활동하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가 관련 기사를 썼다. 그리고 그는 화이트 감독에게 김정남을 암살한 두 여성이 북한 인사들에게 속아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한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들의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 화이트 감독은 그들이 어떤 애기를 하는지 직접 듣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갔다.

"말레이시아에 답사를 가서 두 피의자의 변호사를 만났어요. 각종 정보원도 만났죠. 현지 법조계 인사도 만났고, 정보원들도 만났어요. 북한 사람들도 만났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 여성들의 주장이 어떤 것인지와 상관 없이 재밌는 이야기라고 본 거죠. 그렇게 2년을 이 작품을 만드는 데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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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감독과 제작진은 우선 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모으기 시작했다. 시티와 도안의 휴대폰 메시지부터 페이스북 포스팅 등 수 천 장에 이르는 자료를 모두 검토했다. 수 천 시간 분량 쿠알라룸프트 공항 CC(폐쇄회로)TV 영상을 모두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렇게 그들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방향을 잡았다. '시티와 도안이 정말 무죄일 수도 있다.'

영화는 이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평범한 여성이던 두 사람이 자신을 일본 국적의 몰래 카메라 제작진이라고 속인 북한 공작원들에게 속아 김정남을 죽이게 됐다는 것. 시티와 도안은 이 북한 공작원들과 사건 발생 몇 달 전부터 공항에서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는 몰래 카메라를 함께 찍어왔고, 사건 당일에도 똑같은 장난을 쳤다. 문제는 그 대상이 김정남이었고, 북한 공작원이 그들의 손에 건네준 게 로션이 아닌 독극물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김정남이 누군지 김정은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사건 초기 용의자로 지목됐던 북한 공작원은 모두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화이트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고 2020년 선댄스영화제에 처음 선보이기까지 두 발을 뻗고 잔 적이 없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이 그에게 "너무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도 말렸다. 두려운 과정"이었다고 했다. "신체적 위협보다는 IT 기기 해킹을 가장 우려했어요. 힘들었죠. FBI에 이와 관련된 팀의 컨설팅을 받기도 했어요. 영화 작업을 다 끝내니까 어머니가 제일 기뻐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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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티는 2019년 3월에, 도안은 같은 해 5월에 전격 석방됐다. 이 배경엔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 뿐만 아니라 말레시이아·인도네시아·베트남의 얽히고 설킨 정치·외교적 관계가 있었다. '암살자들'은 살인 사건의 전말 뿐만 아니라 이런 정치적 백그라운드까지 모두 훑으며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과 북한이 평범한 두 여성의 삶을 어떻게 앗아갔는지도 함께 짚어낸다.

"제가 지금껏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 바로 시티가 무죄로 석방됐을 때였어요. 사실 전 그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론 유죄 판정을 받아 사형될 거라고 봤어요. 그럼 이 다큐멘터리는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갑자기 무죄가 나온 겁니다. 제작자 입장에선 운이 좋았죠."

그는 "더 은밀히 실핼할 수 있던 김정남 암살을 이렇게 대놓고 한 걸 보면, 김정은이 이 영화를 볼 거라고 예상한다"며 "그들도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 감독은 앞으로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혹독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누군가 저 대신 김정남의 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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