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0.25%p↑
[서울=뉴시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지난달까지 14개월 동안, 9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이후로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이후 세번째 인상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는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로 늘어난 부채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대를 기록하며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학습효과, 백신접종 확대 기대감 등으로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등 실물경제에 주는 악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 빚(가계신용)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 빚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역시 한은 물가안정목표(2.0%)를 상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2.3%), 5월(2.6%), 6월(2.4%), 7월(2.6%) 등 네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1.8%) 한은의 전망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에만 세 차례 2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확진자는 전날보다 1882명 늘어난 24만3317명이다. 4차 유행 일별 환자 규모는 지난달 7일부터 51일째 네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4차 확산 시기인 7월 소비 지표를 보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 따르면 7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7.9% 늘어 지난 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백화점 매출도 6.5% 증가해 6개월 연속 늘었다. 전달 감소했던 할인점 매출은 7월 9.5% 늘어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온라인 매출도 45.9% 늘었다.
8월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102.5로 100을 넘어섰다.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심리지수는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뜻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이 전월대비 크게 축소된 것은 코로나19 학습 효과와 백신접종에 따른 거리두기 완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수출액은 554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3587억 달러로 사상 최대 였다. 7월 취업자 수도 2764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만2000명(2.0%) 늘어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지금까지 세 차례나 인상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다음 금통위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가까운 시일 내에 현재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차례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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