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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왜 미국으로 몰릴까?

등록 2021.09.23 02:41:00수정 2021.09.23 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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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공급망 급변기 맞아
美 인텔 '쩐의 전쟁' 나서자 경쟁사도 눈치 싸움
자국주의 물결에 고객사·협력사 쫓아 투자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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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무대는 미국이다. 향후 3년간 미국에서 3대 반도체 기업이 집행할 투자 규모는 약 730억 달러. TSMC 360억 달러, 인텔 200억 달러, 삼성전자 170억 달러 순 등이다. 한동안 유행처럼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향해 내달리던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일까.

업계와 미국 현지 무역관 등에 따르면 미국이 다시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미·중 패권 경쟁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을 세우겠다는 반도체 자국주의가 한창이다.

발단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올해 신형 인프라와 신형 도시화를 의미하는 '양신(兩新)'과 교통·통신·수리 등 전통 인프라를 뜻하는 '일중(一重)' 등 혁신주도형 성장을 위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특히 5G 기지국, 산업 IoT, AI 및 데이터센터,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등 신형 인프라 투자를 위한 안정적인 반도체의 확보가 지상 최대 과제로 떨어졌다.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 전략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며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반도체 설계, 제조 등 수익성이 높은 시장 부문을 장악하며 세계 반도체 생산의 37%를 차지해왔으나 오늘날에는 12% 수준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설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은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외주를 맡긴 탓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서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 바뀌었다. 생산 차질이나 지정학적 문제 등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가전, 의료기기 등 생산 차질이 생기자 오는 23일 백악관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급망 회의를 열기로 한 상태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올해만 벌써 3번째 열리는 회의다. 미국 정부에서 최근의 반도체 공급난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근책'도 열심히 내놓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와 R&D에 228억 달러(약 25조71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지방 정부의 노력도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시 의회는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공장을 지을 경우 향후 20년간 재산세를 최대 9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인텔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하기로 마음을 돌린 상태다. 미국 현지는 물론 유럽 등에도 대규모 자금을 풀어 세계 시장 1위를 굳히겠다는 포석이다.

인텔과 선두 경쟁을 벌이는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도 이에 질세라 미국 현지 내 투자를 선제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반대로 바다 건너 중국에서도 SMIC(중신궈지)가 파운드리 생산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며 참전을 선언한 상태다.

두 강대국이 패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EU도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1500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도 경제산업성 주도로 반도체 산업 체질 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 주요 고객사와 협력사가 많다는 점도 현지 투자가 확대되는 배경 중 하나다.

애플, 버라이즌 등 삼성전자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요 매출처 중 일부는 본사가 미국에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수요 업체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근거리에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일감 수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였던 중국의 화웨이는 어느새 거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웨이가 구매를 줄이고 있는 점도 있지만, 미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거래를 늘리는 데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협력사도 미국 내에 많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코트라 시카고 무역관 등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시장은 글로벌 매출 상위 10곳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이 중 절반은 5개에 미국 기업이다.

반도체 장비는 전기·전자공학, 화학, 광학, 정밀가공 기술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들이 요구되는 기술집약형 융합산업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 관련 부품업체들, 수요 업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극자외선(EUV) 공정을 둘러싼 장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거점으로 한 투자가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다.

이 기술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릴 때 기존보다 더 짧은 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번 덧그리지 않고도 더 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패턴을 새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이 나오자 반도체 제조사들이 한 대당 수천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환호하고 있다.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가 않다.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한 장비는 네덜란드 ASML만 생산하고 있다.

더구나 이 장비를 만드는 데 쓰는 핵심부품 상당수는 미국에서 공급한다. 미국은 이를 빌미로 ASML이 중국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미국 내 투자를 종용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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