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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프로젝트 "단편, 다양한 시도 유리하죠"

등록 2021.09.26 06:01:00수정 2021.10.02 13: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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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연극계 공동창작 시스템 선구자…올해 본격적 작업 10주년
단편선 레파토리 展…30일~10월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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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양종욱, 박지혜, 손상규, 양조아. 공동창작 집단 '양손프로젝트' 멤버들. 2021.09.26. (사진 = 양손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양손 프로젝트'는 연극 공동창작 집단이다. 공동창작은 몇년 전부터 국내 연극계의 중요한 시스템이 됐다. 양손프로젝트가 그 선구자다. 과거 연극계는 연출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각종 폐단이 생겼다. 공동창작은 조직을 민주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반영해 최대한 올바름을 추구하게 한다.

배우 손상규(손)·양종욱(양)·양조아(조) 그리고 연출가 박지혜(박)로 구성된 양손프로젝트의 작품들이 작품 속 인물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이유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계 속에서 어떻게 괴로워하는지에 대해 주목해왔다.

박 연출이 대표집필과 연출을 맡지만 따로 구분 없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는 형태로 작업한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할 때까지 토론한다.

'단편선 시리즈'가 그런 작업의 흐름에 놓여있다. 양손프로젝트는 2009년 양종욱·손상규 체제로, 유다를 소재로 한 '십이분의 일'로 주목 받은 뒤 2011년 '개는 맹수다'에서 박 연출과 배우 양조아가 합류하면서 꼴을 완전히 갖췄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 3편을 텍스트로 창작한 '개는 맹수다'를 시작으로 현진건, 김동인, 모파상의 단편들로 작업한 '새빨간 얼굴', '마음의 오류', '낮과 밤의 콩트' 등을 차례로 올리며 주목 받았다. 깊은 성찰이 똬리를 틀고 있으면서도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마니아 관객층을 구축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단편선 레파토리 전(展)'을 펼친다. 오는 30일부터 10월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다. 그간 공연한 작품 15편 중 11편을 선별했다.

파트 1 황금풍경(다자이 오사무)·그립은 흘긴 눈(현진건)·29호 침대(모파상)·직소(다자이 오사무)(30일~10월9일), 파트 2 운수 좋은 날(현진건)·전원비화(모파상)·태형(김동인)(10월 13일~16일), 파트3 사진과 편지(김동인)·K박사의 연구(김동인)·연애의 청산(현진건)·목가(모파상)(10월 20일~23일)로 구성했다.

최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양손프로젝트 멤버들은 "직관적으로 작품들을 파트 별로 묶어놓았는데, 이후에 의미가 발생하는 걸 깨달았다"면서 "저희가 느낀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객분들이 주체적으로 느끼셨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이번 공연에서 일부 작품을 뺀 이유는, 예전에 공연 가능했던 것이 지금 시점에선 힘들 거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아무래도 근대의 관점으로 쓰여진 일부 소설은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의 관점으로 볼 때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죠.

박=약자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되거나, 특별한 문제 의식 없이 폭력이 도구화되는 부분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손=공연 올리기 전, 저희끼리 토론을 할 때 '찜찜한 걸'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다 같이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은 진행하지 않으려고 하죠.

양=토론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좋은 결정'뿐만 아니라 생각을 '교환하는 지점'이에요. 다른 사람의 생각에 동의하고 자신의 생각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재밌죠. 연극은 그 결정들이 왜 중요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이고요.

손=본격적인 연습 시작 전에 딴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 당시 뉴스가 되는 것에 대해 서로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토론하는 경우도 있죠. 그 때마다 생각이 확장하고 모르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훈련을 거듭해왔죠.

박=이번 '단편선 레파토리 전'은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이전에 공연한 것을 쭉 한번 정리해보 싶어 기획한 거예요.

손=그 때 무엇을 했는지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뒤 추억이 될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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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손프로젝트 단편선 레파토리 전(展)' 포스터. 2021.09.26. (사진 = 양손프로젝트,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박=단편선을 꾸준히 해온 것이, 다른 작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최근 '데미안'(양종욱의 1인극으로, 4시간 동안 동명 소설의 텍스트를 발화한 작품) 같은 작업도 가능했죠.

양=장면에서 발생시키는 것을 형식화하고, 구조화하는 문법은 장편보다 단편이 유리해요. 여러가지 문법을 생각하고 고민해서, 다양한 반응으로 발현시킬 수 있습니다. 단편은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죠. 저희 팀 초반 5년은 단편 작업이 많았는데, 그런 욕구와 욕심이 충만할 때였어요.

손=저희 미니멀한 미장센은 '본질적인 것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거죠. 그래서 연습실에서 추리닝만 입고 연기를 해도 좋을 때가 있어요. 중요하지 않은 건,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죠. 미니멀함은 본질을 세심하게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선택입니다.

박=작업을 해오면서, 항상 위기였다고 생각해요. 그 때마다 '내가 찾고 싶은 건 뭘까'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답이 나온 건 아니었어요. 지난 공연들 영상을 봤는데, 우리 배우들이 참 잘 하더라고요. 하하. 이제 10년이 됐는데 그 사이에 서로의 관계가 바뀌었고, 개개인의 삶도 변했죠. 그런데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창작자이다보니, 그렇게 바뀌는 게 계속 흥미로운 대상이 되는 거예요. 이 배우들이 궁금하고, 그래서 함께 하는 텍스트들이 궁금하죠. 관계에서 물론 권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저희 팀이 흥미로워요.

손=매너리즘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를 해요. 그래서 공연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새롭게 만난다는 생각이 큽니다. 같은 재료라도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면, 무궁무진하게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커요.

양=연극이라는 행위가 배우·연기·극장·무대라고 명명된 것을 갱신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밝혀 나가는 작업이죠. 아직 거기에 대해 온당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지만, 다음 작업을 통해 그것을 계속 갱신시키고 계속 재고해나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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