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女태권도팀, 탈레반 장악 이후 훈련도 몰래
매주 장소 바꿔 실시…탈레반이 '가족 고문' 협박도
[서울=뉴시스]탈레반을 피해 몰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는 아프가니스탄 태권도팀 모습. (사진 =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 홈페이지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현지 태권도팀 여성들은 비밀리에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PA통신과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등은 26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여성 스포츠 금지 조치에도 태권도팀 선수들은 굴하지 않고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PA통신은 지난 20일 여성 태권도 선수 10여명이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태권도장에서 훈련 중인 모습을 취재, 보도했다.
사진 속 여성들은 히잡을 두른 상태로 발차기 훈련을 하고 대련을 벌였다.뉴욕포스트도 이를 보도했다.
라이에 따르면 아프간 태권도팀 여성 선수들은 탈레반에 들키지 않기 위해 매번 장소를 바꿔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 여성들 중에는 2016년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출신 파르자나 프로탄도 포함됐다.
프로탄은 세계대회 금메달 수상 경력에도 탈레반의 여성 스포츠 금지 조치를 면제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스페인 통신사 EFE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도 꿨지만 나는 지금 집에 있고 심지어 운동하러 갈 수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마툴라 하비비 대표팀 감독은 탈레반이 훈련 종료 직후 도착해 "(훈련에 참가한 이들의) 가족들을 고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후스니아 사다트는 "태권도는 스포츠 그 이상"이라며 "특히 아프간 여성들에게 있어 스포츠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는 저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저는 더 이상 아프간의 다른 여성들처럼 약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른다는 명목하에 여성의 교육, 직업 등을 제한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탈레반 신임 스포츠부 장관 바시르 아흐마드 루스탐자이는 "여성들이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프간에 있어 태권도는 국제대회 효자종목으로 통한다.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이 전부 태권도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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