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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갈등, 국제 비정부기구 대리전 '비화'

등록 2022.04.11 17:19:55수정 2022.04.11 1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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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회 "간호법 제정 반대" 공식성명 채택

"최선의 진료원칙 위배·의료체제 와해 심각"

[서울=뉴시스]전 세계 의사들을 대표하는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의 간호법 제정 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의사회는 115개국 의사협회를 회원으로 둔 비정부 기구다.(캡처 화면=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04.11

[서울=뉴시스]전 세계 의사들을 대표하는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의 간호법 제정 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의사회는 115개국 의사협회를 회원으로 둔 비정부 기구다.(캡처 화면=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04.1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국내 의료계 갈등이 국제 비정부 기구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 세계 2700만 명의 간호사를 대변하는 비정부 기구인 국제간호협의회(ICN)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이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해 간호법 제정을 지지했다. 이에 대해 이틀 뒤 전 세계 의사들을 대표하는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의 간호법 제정 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의사회는 115개국 의사협회를 회원으로 둔 비정부 기구다.

11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와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 입법부의 시도에 대해 즉각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이 채택됐다.

세계의사회는 “한국의 간호 단독법 제정 시도는 의료의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기존의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세계의사회 회장(스웨덴의사협회장 겸 마취·중환자의학전문의)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에서 입법 발의된 새로운 간호단독법은 간호사 역할에 대한 변화를 통해 의사의 지휘감독 없이도 ‘필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미래에 간호조무사가 의사가 아닌 간호사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가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 제공되지 못한다는 것은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 기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의사들에 의한 의학적 치료가 환자들에게 미치는 위해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파멜라 치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4.0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파멜라 치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4.06. [email protected]

앞서 시프리아노 회장은 지난 7일 출국 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부장과 10개 산하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간호법은 국제간호협의회(ICN)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면서 “간호법은 환자의 안전 뿐 아니라 간호사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도 매주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시프리아노 회장은 간담회에서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의 명확한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업무범위가 명확히 규정돼야 간호사가 규정된 업무 외 행위를 하지 않고, 다른 직역도 간호업무를 침범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법 제정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문제로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해 환자 안전을 지키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도 조속히 간호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프리아노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해 한국의 간호법 제정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간호사가 현장에서 우수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의료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ICN 회장으로서 독립된 간호법이 모든 국민들의 건강을 보장하고, 다른 보건의료 인력들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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