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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K팝 톺아보기③]에스파·NCT·엑소·동방신기의 '광야'

등록 2022.05.21 05:00:00수정 2022.05.21 0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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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우리말 발음나는대로 'KWANGYA'로 표시
이육사의 시(詩) '광야'까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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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에스파 멤버 지젤이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에서 "광야로 걸어가"를 부르는 장면. 2022.05.20.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광야(曠野)'는 정작 국내에선 평상시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해외 K팝 팬들에겐 꽤 익숙한 우리말 단어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배운 저항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시(詩) '광야'로 가뭇하게 기억하는 정도. 하지만 K팝 팬들은 '광야'라는 말에 설레어 K팝을 '목놓아' 부른다. 

한류를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연결된 세계관인 'SM 컬처 유니버스(SM Culture Universe·SMCU)'가 '광야'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SMCU는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비교해서 이해하면 된다. 각 영화의 영웅들이 MCU에서 뭉치듯, SM 가수들은 SMCU에서 뭉치게 된다. SMCU의 핵심 공간인 광야는 SM 가수들을 현실과 가상에서 이어주는 상징이다.

그룹 '에스파'(aespa)와 '엔시티(NCT)' 등 SM 가수들이 노래에서 '광야'를 사용하는 용례는 이렇다.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가"(에스파 '넥스트 레벨' 중)

"내 미래에 전해 줘 / 온 세상과 저 '광야' 위로"(NCT 드림 '헬로 퓨처' 중)

"완고한 이성에 / 휩쓸리면 안 돼 / '광야' 위를 질주해"(엑소 '돈트 파이트 더 필링' 중)

"운명이란 이름으로 / 뒤틀린 '광야' 속에서 / 빛을 향해서 걸어가"(동방신기 최강창민 '데빌' 중)

이렇게 SM 가수들의 노래 가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광야'는 뒷날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게 된다. 광야는 SM 가수들이 방황하거나 공통된 적(敵)을 찾아 들어가는 무정형의 너른 공간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의 신개념 국어사전 '우리말샘'은 명사 '광야'에 대해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이라고 풀이한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데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쉬운 한국어사전인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기초사전'도 "텅 비고 넓은 들"이라고 설명했다. SM이 광야의 본뜻을 활용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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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에스파. 2022.04.24. (사진 = Ivan Meneses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SM이 광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눈길을 끄는 건, '필드(field)'나 '플레인(plain)'처럼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우리말로 발음나는대로 'KWANGYA'라고 표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팬들이 광야라는 발음을 쉽게 익히게 됐다. 무엇보다 어려울 수 있는 단어인데, SMCU라는 K팝 놀이 문화를 통해 호기심을 갖고 보다 쉽게 접하는 중이다.

K팝이 우리말을 알리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예다.

SM 마니아를 온라인에서 지칭하는 '슴덕(SM을 따로 읽지 않는 대신 슴으로 읽어 만들어진 별칭)'인 해외 K팝 팬은 "한국어를 공부라고 생각하고 배우면 어려운데, 이렇게 K팝 놀이 문화를 통해 배우면 더 쉽게 읽힌다"면서 "처음엔 '광야'가 SM이 새로 만들어낸 단어로 알고 있었는데 '넓은 들'을 뜻한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어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 '한국어기초사전'을 통해 "광야를 헤매다" "광야를 달리다" "광야를 누비다" 등의 활용 용례도 배운다고 했다.

실제 에스파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 출연했을 당시 "사막지대가 '광야'가 됐다"는 외국 팬들의 반응도 나왔다.

아울러 K팝은 우리 역사를 알리는 계기도 만들어준다. '광야'라는 단어를 공부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이육사의 '광야'까지 관심을 두게 되는 식이다. 일부 해외 K팝 팬들은 이육사의 '광야'를 접하면서, 일제 강점기와 우리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참에 K팝 스타들은 한국어 알리기에도 나섰다.

광야를 알리고 있는 팀인 NCT 멤버 태일과 쇼타로는 NCT의 자체 예능 콘텐츠 '더 엔시티 쇼 인 더 엔시티 유니버스(THE NCT SHOW in THE NCT UNIVERSE)'의 '엔시티 뉴스' 속 코너 '시티정보통'을 통해 K팝 팬들이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한국어를 소개하는 중이다. 최근엔 "아이고" "아이고 어떡해" "찢었다" "맞지" 등을 용례를 들며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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