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에 '그리움' 안주 찐한 맛…연극 '돌아온다'[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 중앙 현판에 쓰인 글귀는 연극 '돌아온다'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향수를 자극한다. 일상에 치여 '그리움'을 잊고 살았던 관객들의 마음을 슬그머니 두드린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감성과 웃음을 버무렸다.
여느 드라마, 영화에서 본 듯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정서를 푹 담갔다. 각자 아픈 상처를 하나씩 가진 이들은 '돌아온다'라는 허름하고 작은 식당을 찾아 막걸리 한잔을 나눠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바깥으로 쉽게 내뱉기 어려운 각자의 상처가 하나씩 꺼내어진다. 여선생은 아이가 어렸을 적 물에 빠져 말이 어눌해졌던 사고를, 주지 스님은 반항심에 집을 박차고 나왔지만 출가 이후 연락이 끊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식당 주인도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를 잃어버린 후 아들이 돌변하게 됐다며 후회의 말을 꺼낸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희망은 때로는 좌절로 변한다. 여선생은 울분을 토해내며 식당 액자에 걸린 글을 찢어버린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게 사실 현실이다. 하지만 또 우연을 통해 믿기지 않는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인생을 돌릴 순 없으나 때로는 기적을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 관객들에게 따뜻한 상상을 선물한다. 또 곁에 있는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보듬어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진한 부성애 연기로 존재감을 보여준 최영준도 주지스님 역을 맡아 유머를 보이면서도 숨겨진 속 이야기를 풀어낼 땐 먹먹함을 안긴다. 재연부터 함께해온 강성진과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박정철은 식당 주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홍은희와 첫 연극 도전인 이아현은 여선생 역으로 극의 조화를 이룬다.
중장년층 관객이 많은 것도 이 극의 특성이다. 덧붙여 10분 전엔 입장하길 권한다. 객석에 불이 켜진 상태로 식당 영업 준비를 하는 배우들은 관객들의 관찰 대상이 되며 소소한 재미를 준다. 시작 직전 마스크 없이 연극을 볼 날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목소리 인사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5년 초연 이후 주로 소극장에서 선보여왔지만, 이번엔 대극장 무대로 옮겨왔다.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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