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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처리 0건…경제위기에도 한달 째 공전 국회에 비난 봇물

등록 2022.06.29 11:14:11수정 2022.06.29 11: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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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원 구성 놓고 협치 대신 대치로 갈등 골만 깊어져

지선 끝나고 정국 주도권 노려 지지층 결집 의식 정쟁 과열

국민의힘·민주당 각 당내 권력갈등도 국회 개점휴업 방치

일각에선 세비 반납 비판도…6월 한달간 40억원 토해내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사진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모습. (다중노출) (공동취재사진) 2022.06.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사진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모습. (다중노출) (공동취재사진) 2022.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여야가 갈수록 민감한 쟁점들을 끌어모아 강대강으로 충돌만 하면서 여름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여야는 원 구성은커녕 민생 법안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면서 정치권에서는 6월 국회도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시달리며 경제위기로 인한 민생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여야는 협치 대신 대치만 격화하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세비 반납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 사회적으로 풀어야할 현안들이 나날이 쌓여가고 있지만 여야가 뜨거운 쟁점들을 조속히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선거가 끝난 뒤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자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적 포석에만 골몰하면서 정국의 파고만 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 당에서 당 주도권 경쟁으로 내홍에 깊어지고 있는 것도 일하는 국회를 등한시하고 개점휴업을 자초한 셈이 됐다.

각 당에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고 받들 것처럼 한 목소리를 냈지만 21대 후반기 국회는 전반기의 악순환을 닮아가는 양상이다.

여야 간 협치의 시발점인 원 구성의 협상테이블은 마련됐지만 한 달째 서로 양보만 요구하면서 정치력 부재만 노출한 꼴이 됐다. 민주당이 1년 전 합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것에 동의하면서 꽉 막힌 정국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듯 했으나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완결판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 위한 국민의힘측 명단 제출을 조건부로 내걸었고, 이에 국민의힘은 의장단·법사위원장을 먼저 선출하는 역제안을 한 뒤로 양당간 추가 물밑 협상에 진척이 없어 원 구성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양당은 이처럼 한치 양보없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도 뜨거운 쟁점들을 끌어모아 전선을 더 넓혀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북한 선원 강제 송환 사건, 문재인정권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 공격에 나서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19. [email protected]

여당은 특히 정부와 박자를 맞춰 '월북몰이' 의혹 규명 TF를 구성하고 인권위·해경·국방부·통일부·외교부를 차례로 순회하는 등 당 차원에서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더불어 국회 특위,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단계적으로 대야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NLL 대화록 유출 의혹' 공방과 판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해 야권의 친문진영을 형해화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에 있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인사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형사고발을 거론하는 등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이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안보를 정쟁수단으로 삼은 '신(新)색깔론'이란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에 이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등 현 정권과 경찰이 권력갈등으로 충돌하자, 이를 공세의 동력으로 삼아 현 정권의 '경찰 길들이기' 의혹을 문제 삼아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4. [email protected]

여기에 민주당은 원구성 난항으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대통령실이 강행하려는 기류가 감지되자, 선제적으로 당 차원에서 '박순애·김승희' 검증TF를 발족하고 인사청문회 대신 검증에 나서 부적격 인사인 점을 드러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와 함께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청문회 통과 없이 국회 상임위 출석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라 정국은 더욱 더 경색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교섭단체 협의 없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하고 1일 본회의를 강행해 의장단 단독 선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간담회를 자청해 "국회 원구성 두고 조삼모사식으로 조건만 제시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양보 아닐 뿐더러 국민 기만행위에 불과하다"며 "여야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무총장이 임시회 소집을 공고한다는 건 대단히 정치적으로 잘못된 행위다. 그간 여야간 합의에 의해 첫 본회의를 열어왔는데, 합의 없이 연다면 국회법을 완전히 위반한 위법행위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다음날인 29일  CBS라디오에 "법사위원장을 국회의장과 연계시켜서 그걸 서로 나눠 맡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건 국회 관행에도 맞지 않고 원칙에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며 "마지막까지 원구성 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끝내 국민의힘이 타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불가피하게 국회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9. [email protected]

정치권이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 다른 한편에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경제위기에도 공전을 거듭하는 국회를 향해 세비 반납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민생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에 달하고 여기에는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차 3법, 유류세 감면 법안 등이 포함돼 있지만 원 구성 지연으로 국회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법안 심사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소위원회를 한 달에 3회 의무적으로 여는 일하는 국회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 월급 반납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정치권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난항으로 인한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자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늘어난다. 다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의회 공회전 일수로 따지면 반납해야할 세비는 40억원에 육박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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