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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각, 반지하]①"세 딸 구조…끔찍했다" 폭우에 드러난 반지하 참상

등록 2022.08.14 08:00:00수정 2022.08.22 09: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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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관악구 참변 옆집도 가까스로 대피
"방범창 뜯고 세딸 간신히 구출…끔찍"
항암치료 중 침수 피해 당하기도
"누구는 반지하 살고 싶어서 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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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하은 기자 =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참변을 당한 일가족 3명이 거주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 앞에 국화꽃이 놓여져있다. 2022.08.12. rainy7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임하은 전재훈 기자 = 중부지방을 휩쓸고 간 기록적 폭우로 서울 도심 반지하 주택을 중심으로 다수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는 생명을 잃기도 했고, 간신히 구조된 시민들은 갈 곳을 잃었다.

뉴시스가 지난 12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주택가는 침수 후 나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발달장애인을 포함해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층 앞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들이 놓였다.

폭우가 만든 토사물과 쓸려나온 가재도구들은 정리되지 못한 채 골목마다 쌓여있었다. 골목골목 들어온 포클레인이 침수로 발생한 쓰레기들을 퍼 나르고 있었다.

일가족 3명의 바로 옆집에 사는 전모씨(52)네 가족은 옷가지와 가재도구 더미 사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찾고 있었다.

전씨는 지난 8일 밤 반지층의 창문을 뜯어 물속에 갇힌 딸 셋을 가까스로 구출했다고 한다. 키우던 고양이 세 마리 중 수컷 한마리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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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한 반지하 주택 창문 앞을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고 있다. 전날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도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제11조(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에도 불구하고 시내 반지하 주택이 꾸준히 건설돼 온 것에 따른 조치다. 2022.08.11. livertrent@newsis.com


전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전씨 부부가 일로 집을 비운 오후 9시, 물은 순식간에 집 안으로 들어찼다. 수압으로 대문은 열리지 않았고 누전으로 인해 깜깜해진 집 안에 아이들이 갇혔다. 변을 당한 옆집과 달리 전씨네 집 방범창이 바깥으로 설치돼있었고 창문을 뜯어 간신히 아이들을 꺼낼 수 있었다.

전씨는 "애들 전화를 받고 달려와 창문을 겨우 뜯어 애들을 데리고 탈출했다. 가족들이 뻔히 보이는데, 못 살린다는 생각이 들면서 진짜 '이렇게 죽는구나'는 마음밖에는 안 들었다.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못 살렸을 거다.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전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이사하려 집 보러다니니 딸이 셋이라고 하니까 머리카락 많이 쌓이겠다며 뭐라고 하더라. 누구는 반지하 살고 싶어서 살겠느냐. 다 이유가 있다"며 "반지하를 없애더라도 다른 데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사할 집을 찾아다니니 방 2개에 월세 70~80만원이더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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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 주차장에 물이 차있는 모습. 2022.08.09. jhope@newsis.com


신대방역에서 10분 거리 골목에서 만난 정모(63)씨는 오전부터 쓸만한 물건들을 찾기 위해 산처럼 쌓인 가전도구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는 동생의 반지하 주택 정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다.

정씨의 동생은 갑상선 암으로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중 침수 피해를 당했다. 동생은 쓸만한 옷가지를 가지고 빨래방에 갔다고 했다. 그는 옷가지를 담을 곳이 없다며, 물에 젖었던 캐리어를 꺼내 물걸레로 닦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고 있었다.

정씨는 "동생이 지난해 이곳으로 이사와 가전제품을 모두 새 것으로 바꾸고 정돈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다 잃었다"며 한탄했다. 그는 침수 당시를 "815리터의 큰 냉장고가 물에 둥둥 뜰 정도로 집 안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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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폭우피해 이재민대피소에서 이재민이 구호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08.11. livertrent@newsis.com


침수 피해가 컸던 동작구에서는 1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동작구민체육센터 임시대피소를 찾았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의 한 반지하집에 살고 있는 김모(50)씨는 "싱크대 하수구에서 악취가 나는 검은 구정물이 솟구쳤고, 순식간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며 "저녁에 막걸리 먹은 힘으로 새벽 2시까지 물을 퍼내다가 결국 집을 나와 이곳 임시거주시설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폭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10곳 이상의 모텔을 전전했지만, 빈방을 찾지 못하고 임시거주시설로 대피했다.

대방동에 살고 있는 서림혜(54)씨는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었는데, 몸이 축축해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고 한다.

서씨는 "벌떡 일어나보니 화장실 변기와 하수구에서 똥물이 솟구치고 있었다"며 "양동이로 물을 퍼내다가 집주인이 준 양수기로 물을 뺐지만 들어오는 물이 더 많았다. 물이 무릎까지 찬 상태에서 집을 포기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아내 허모(49)씨는 고개를 떨군 채 "일도 못 나가고, 잘 곳도 없고, 허망하고 슬프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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